나는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영화도 좋아한다.
올해에만 벌써 30권 이상의 책을 읽었고, 극장에서만 20편 이상의 영화를 관람했다.
이런 나만큼 영화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을 알고 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는 영화와 더불어 책도 평소에 굉장히 많이 접한다고 한다. 우리는 보통 지식을 채우고 싶을 때 책을 읽고, 쉬고 싶을 때 영화를 보는 반면 이동진 씨는 일할 때 영화를 보고, 쉬고 싶을 때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런 그가 독서법에 대한 책을 한 권 썼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책 디자인이며 제목까지 참 심플하다. 책도 얇아서 외근 오고 가는 길에 금세 읽어버렸다. 이 책에서 이동진은 책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다시 한번 누군가가 “이동진 씨, 왜 책을 읽으세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재미있으니까요.
사실 제게는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 중에서
독서법
독서법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책을 읽는 방법이다.
다독, 속독, 정독, 계독, 남독, 낭독, 만독.
시중에서 나온 독서법 관련 책만 벌써 수 천권이다. 어떤 책에서는 다독을 또 어떤 책에서는 정독을, 또 다른 책에서는 속독을 권한다.
많이 읽으면 좋은 건 알겠는데 권수로만 밀어붙이는 것 같고,
천천히 읽으면 좋은 건 알겠는데 시야가 너무 좁은 것 같고,
빠르게 읽으면 좋은 건 알겠는데 기억나는 게 많이 없고,
말하면서 읽으면 좋은 건 알겠는데 속도가 너무 느리다.
어떤 독서법이든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어 늘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갈 길을 방황하곤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내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아 책을 멀리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스트레스받던 내가 책 <이동진 독서법>을 보고 깨달았다.
맞다. 나는 책을 재밌어서 읽었지.
처음부터 뭔가 얻으려고 읽은 건 아니었어.
어렸을 때 부모님이 사주신 위인전 50권을 자발 해서 읽은 것도 학교에서 시험 문제가 출제되서가 아니다. 내가 그 내용이 궁금했고 그 위인들의 일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매주 토요일 참여하는 바스락 모임(자기계발 모임)에서는 격주로 독서모임을 한다.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일단 1년 참여한다면 25권의 책을 모임 덕분에(또는 때문에) 읽게 되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술이 술을 부르듯이(응?) 책이 책을 불러서 모임에서 가끔 연간 100권 이상 읽는 사람도 더러 발견하곤 한다. 그 사람의 표정을 보면 전에 비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변해있다. 왜일까?
'인생이 재밌어졌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재밌는 행위다. 그 행위가 본인의 삶에 주도적으로 몰입을 가져다준다. 그 몰입한 순간만큼은 자신도 잊고 세상도 잊게 된다. 모임에서 처음에는 강제적으로 책을 읽었겠지만 어느 순간 몰입의 즐거움을 깨달아 책이 주는 간접 경험의 세상에 흠뻑 빠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책을 읽는 이유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고 한다. 쉽게 말해 요즘 이슈가 되는 화제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책은 정보나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할 거리를 제공해주는데 만일 책을 읽지 않거나 건성으로 읽었다면 대화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의 시선으로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았으나 우리의 문화대로 이야기하자면 '드라마'라고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수긍이 간다.)
그럼 나는 책을 왜 읽을까?
1. 재밌기 때문이다.
좋고 재밌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그 행위 자체가 그냥 만족스럽다.
2. 인사이트를 얻고 싶기 때문이다.
1~2권의 책을 읽을 땐 몰랐는데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분야는 달라도 성공한 사람들의 살아온 패턴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들의 합집합을 지속해서 찾다 보면 나만의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내가 블로그를 하고 모임을 운영하고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인사이트 덕분이다. 책을 지속적으로 읽지 않으면 지금의 블로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3.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책은 혼자 읽을 때가 아니라 같이 읽을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게 바로 독서모임이 가진 힘이다. 혼자 읽을 땐 읽어야 한다는 '책임감'부터 홀로 싸워야 하지만 같이 읽으면 강제성이 부여되고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경쟁심리에 그 단계를 쉽게 건너뛸 수 있다.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처럼 읽지 않으면 모임에 가서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럼 나는 언제 읽을까?
평일 아침 8시 10분 ~ 8시 50분
책을 읽을 때 가장 안정적이면서 많은 분량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출근 후 컴퓨터를 켜지 않고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30분가량 책을 읽어나간다. 보통 우리가 책을 읽는다면 퇴근 후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데 그 시간대에는 방해 요소가 너무 많다. 야근을 시작으로 회식, 운동, 집안일, 약속 등등등. 그 방해 요소와 싸우는 것 자체가 큰 에너지 소비다. 방해가 없는 시간대에 독서를 배치하면 싸우지 않고 책만 읽으면 된다. 이 시간 동안 30p~80p 정도 읽는데 얇은 책일 경우 주 5일 동안 1권의 책을 읽기도 한다.
이동 시간(출퇴근 시간 포함)
생각보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면서 굉장히 많은 시간이다. '이 시간에 책을 읽어봤자 얼마나 읽겠어?'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생각을 가지고 한 번 1주일간 이동시간에 책을 읽어보라. 단언컨대 1권 이상 읽는다. 생각보다 오고 가는 시간이 상당하다. 호흡이 짧고, 피곤한 탓에 집중하기 힘들지만 책에 대한 욕심이 있을 때 이 시간을 과감하게 이용해서 책을 읽는다. 출근길에 읽고, 출근해서 30분가량 읽으면 아침에만 약 100p 정도 읽을 수 있었다. 그 외에 약속 시간에 늦는 친구들을 만날 때 핸드폰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면 짜증만 올라온다. 그 짜증의 원인은 '귀한 내 시간을 친구가 약속에 늦어 쓸모없이 빼앗겼다는' 기분 때문이다. 그럼 그렇게 빼앗기지 않으면 된다. 그냥 내가 읽어야 했던 책의 분량을 그 시간을 활용해 소화시킨다. 그럼 어느샌가 친구가 도착해있더라.
퇴근 후 카페
집에서의 나는 의지가 굉장히 약하다. 집에서는 쉬는 거 말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생산적으로 무언가 꾸준히 해야 할 때 카페라는 환경을 빌리곤 한다. 독서도 그렇다. 퇴근 후 헬스장 가기 전에 1시간 정도 책을 읽거나 독서노트를 작성한다. 1주일에 약 2~3회 정도 생각했던 것보다 독서의 진도가 느릴 때 이 시간을 가장 적극 활용하곤 한다.
잠자기 전 20분가량
일단 방금 말했다. 집에서의 내 의지는 쿠크다스 멘틀이다. 잠자기 전에는 웬만하면 책을 읽지 않는데 정말 가끔 책이 생각나는 경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20분 정도 책을 읽는다. 일부러 핸드폰을 만지지 않기 위해 타이머를 설정해두고 책을 집는다. 그래서 만약 핸드폰이 만지고 싶거나 다른 행동을 해야 할 때 읽었던 시간을 확인하곤 한다. 가끔은 그 시간이 너무 짧아서 놀라기도 하고 너무 길어서 놀라기도 하는데 이렇게 책을 읽을 때 도구 하나만 들어와도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 된다.
어디서 읽을까
직장
아이러니하게 아침 시간을 활용해 가장 많은 양을 읽는 장소다. 가끔 재미 붙이면 점심시간에도 읽는다.
카페
직장에 이어 많은 양을 소화시키는 장소. 만약 직장을 그만둔다면 이 장소가 압도적으로 1위가 될 것이다.
밖
버스, 지하철과 같이 교통수단.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걸어가면서.
어떻게 읽을까?
속독형
저 위에서 열거했던 독서법 중에 나는 '속독형'이다. 빨리 읽고 싶어서 읽는 게 아니고 원래부터 빨리 읽는다. 오죽하면 토익 시험 볼 때 남들은 RC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가질 때 나는 시간이 20분가량 남았다.(남들은 LC 점수가 높은데 나는 RC가 훨씬 높았다는 아이러니) 아마 그런 남들과는 다른 뜬금없는 능력이 '속독'에 기여를 한 것 같다.
기록형
책을 눈으로만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은 독서노트를 기록하기도 한다.
설명형
책을 읽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안달이 난 스타일이다.
이 책에서 이런 얘기를 했는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예전에 비슷한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또 언급하더라.
다양한 내 생각을 던지며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가끔 내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은 그 책을 구입해서 읽기도 한다.
전자책+종이책 반반형
크레마 사운드를 통해 전자책을 읽다가도, 또 어느 때는 종이책을 읽기도 한다. 딱히 기준 없이 그냥 상황에 따라 다르다. 책 값이 비싸다고 느끼면 전자책, 포인트가 생겨서 금전적으로 여유 있을 땐 종이 책. 이런 식이다.
무엇을 읽을까?
주로 자기계발서, 가끔 인문학을 읽는다. 문학작품이나 고전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앞으로는 조금씩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독서를 늘려갈 생각이다.
모닥불의 서재(이북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만든거다)
누구와 읽을까?
현재 참여하고 있는 바스락 식구들과 읽는다. 현재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또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면 단언컨대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를 권한다. 그 고민이 단번에 사라질 것이다.
What's important is seldom urgent, and what's urgent is seldom important
"중요한 것은 거의 대부분 긴급하지 않고, 긴급한 것은 대체로 중요하지 않다"
독서는 당신의 인생에 있어서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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