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블로그를 몇 년간 운영했으니 브런치 작가도 쉽게 되겠다는 안일한 생각 덕(?)에 무려 삼 수만에 선정이 되었다. 아직 책을 출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가라는 타이틀이 여전히 낯 간지러운데 내년에는 꼭 한 권 출간하기를 꿈꾸며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브런치를 통해 얻은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브런치를 막 시작했을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때 바스락 식구들과 함께 선유도의 어느 파티룸을 빌려서 밤새 2017년 계획을 수립했다. 그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브런치도 티스토리만큼이나 활성화시키자는 차원에서 목표를 꽤나 높게 잡았다.
그렇게 수립한 연간계획은 2017년 1월 21일 바스락 모임에서 '2017년, 야무지게 살아보자'라는 타이틀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세웠던 브런치 1차 목표는 총 방문자 수 5만 명과 구독자 수 100명 돌파였다. 하루에 적게는 50명, 많게는 약 100명 정도 들어왔을 당시에는 과연 올해 5만 명은 달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구독자 수는 100명이나 넘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달성하지 못하면 또 어떠한가. 그 과정에서 얻는 것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글을 써 내려갔다.
모임에서 올해 연간계획 발표를 하고 1주일쯤 지났을까, 기나긴 설 연휴를 틈타 늘어지게 자고 있었는데 평소에 울리지 않던 아이폰이 밤새 울리는 것이 아닌가. 잠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확인하기는 귀찮고 단톡 방 알람을 안 껐나 보네.라는 생각이 든 채 다시 잠에 들었다. 아침에 확인해보니 그 알람은 단톡 방이 아니었다.
브런치였다. 나흘 전에 올렸던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이유'라는 글이 카카오 채널에 게시되었던 것이다.
티스토리를 몇 년 간 하면서도 이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막 시작한 브런치에서 이런 경험은 꽤나 신선했다. 무려 이틀 만에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내 브런치에 유입되었고 불과 1주일 전에 올해 5만 명은 달성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내 모습을 떠올려보니 웃음만 새어 나왔다.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건 이때부터였다'
(하지만 브런치는 1월 이후 한동안 잠잠했다.)
2017년 3월, 모임에서 연간계획 1분기 중간 점검했는데 이때 원래 목표였던 5만 명에 거의 도달한 상황이라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어느새 브런치에 대한 목표는 기존보다 2배 높은 총 방문자 수 10만 명, 구독자 수 250명이 돼있었다.
그렇게 목표를 다시 한 번 상향하니 하반기에도 연이어 좋은 일들이 벌어졌다.
"두근두근"을 통한 기록 성장기는 브런치에 게시한 글 중에서 가장 높은 공유수를 기록했고, 나를 크게 변화시킨 작은 습관 5가지는 유입이 많은 채널에 소개되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조회수를 기록해 어제 2,000명이 돌파했다.
2. 페이스북 페이지 <책벌레>
원노트와 여러 가지 디지털 도구들에 대한 사용법, 활용법들을 '스마트워크 프로젝트'라는 매거진에 담고 있다. 좀처럼 원노트에 관한 정보 글들이 없기도 하고 사용하는 유저들도 많지 않아 필자는 처음 이 툴을 익힐 때 워낙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에 적었던 글이 책벌레 페이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2. 페이스북 페이지 <독서 연구소>
역시나 페이스북 페이지. 지금도 열심히 쓰고 있는 책 <두근두근>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독서와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페이지다 보니 역시 한 번 소개가 되었다.
3. 카카오 채널
추석 연휴 때 고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에서 초안을 작성했던 글이라 더욱 뜻깊었다. 그렇지 않아도 독서모임을 같이 하고 있는 바스락 모임에서도 전자책 리더기를 구입하시는 분들이 많아 이번 글은 다들 정말 격렬하게 축하해주셨다.
4. 기타
그 외에도 현재 쓰고 있는 KB 알파원 카드와 여러 가지 신용/체크카드를 4편까지 소개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좋았다. (덕분에 회사에서 나를 통해 카드 만든 사람만 5명이 넘었다고 한다. 카드 설계사도 아니고.....)
1차 상향했던 목표 또한 방문자 수는 이미 초과 달성했고, 구독자 수도 곧 달성될 예정이다. 처음에 5만 명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라는 걱정에 목표를 축소했거나, 이미 달성한 목표는 상향하지 말고 그냥 유지했더라면 과연 지금처럼 여러 채널에 소개되고 이만큼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아니었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만약 이렇게 여러 채널에 소개되고 반응도 좋았는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면 나는 슬펐을까?이 또한 아닐 것이다.
(인생은) 마치 영화의 성장 스토리와 같습니다. 주인공은 어떤 목적을 향해 친구와 '여행'을 합니다. 도중에 적의 공격과 친구의 배신 같은 엄청난 시련을 겪으면서도 전진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기도 하고 달성하지 못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실은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닙니다. 주인공은 그 가혹한 여정이 끝났을 때 분명 여행을 떠나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손에 넣습니다.
퇴사하겠습니다_이나가키 에미코
책 <퇴사하겠습니다>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가 얘기했듯이, 목적의 달성 여부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체득된다. 그렇게 알게 된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우리를 목적을 향해 출발하기 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되어있는 것이다.
이미 티스토리(링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브런치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브런치에서 너무나 충분하게 실현 가능하게 목표를 계획했거나 딱히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는 그 전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조금 무리인 걸 알면서도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글을 써 내려감으로써 올해 수많은 경험을 맛봤다.
그래서 내년에도 역시 올해처럼 조금 무리인 걸 알면서도 높은 목표를 설정할 것이다.
올해 내가 브런치를 통해 얻은 것은 단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다.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내년 한 해도 어떤 일이든 실현 가능성을 고민하기보다 그냥 해보자.
결과까지 좋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거고, 결과가 나쁘더라도 그 과정에서 충분히 성장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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