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간 썼던 주간계획표를 스캔하는 작업을 가졌다. 스캔하면서 바인더를 쓴 건 언제부터였을까 살펴보니 2012년 9월에 처음 쓰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빈 곳도 많지만 나름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3학년 2학기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과 실습실에서 근로를 하면서 4학년 때 어떻게 해야 학교를 덜 나올 수 있을까? 궁리 끝에 기존에 듣고자 했던 전공과 교양에 1학점 짜리 셀프리더십을 더했다.
1달 정도 지났을까? 타임 테이블이 제법 가득 찼다. 컬러체크에는 색연필도 더해 뭔가 있어 보인다. 재미도 붙었겠다. 계속해서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방학이 시작되었다. 꾸준히 쓸 줄 알았는데 강제성이 사라지니 텅텅 비었다.
한 해가 지나고 2013년이 됐다. 친구와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때 To-Do는 여행 가계부로 Time Table은 블로그에 여행 후기를 포스팅하겠다는 일념에 참 열심히 썼다.
1년은 52주다. 2013년에는 35주에 대한 주간 계획을 썼다. 사진이 작아 잘 보이지 않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텅텅 비어있다. 그래도 그때 휘날려 적었던 기록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추억이 오롯이 되살아난다.
2013년에는 그래도 1년에 2/3는 썼으니 2014년에는 좀 더 쓰지 않았을까?
쓰지 않았다. 2014년은 3월까지 기록이 온데간데 없다. 아니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취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어 꽤 힘들었다. 그래서 기록을 멀리했을 것이다. 지금 와서 이 부분이 가장 후회가 된다. 그때의 감정을 적어놓았더라면 힘들었던 과거의 나를 좀 더 잘 알았을텐데 말이다.
2014년 여름에는 토익을 참 열심히 했다. 3개월동안 그 날 공부했던 기록을 하나하나 적었다. 그 덕분일까, 다행히 7월 27일에 봤던 시험에서 내 인생에 가장 높은 토익 점수를 얻었다. 지금 와서 공부하라고 해도 그 점수는 받기 힘들 것 같다.
2014년에는 2013년보다 적은 16주만 기록되어 있다. 힘들었던 그 시절이 주간계획표에 그대로 나타난다. 1월부터 3월까지, 그리고 9월부터 12월까지의 기록은 없지만 바인더는 계속해서 쓰고 있다.
2015년이 밝았다. 3P바인더 공식 양식에서 제대로 써보고자 개인적으로 만든 양식으로 바꿨다.
지난 날과는 다르게 꾸준히 바인더를 쓰고 있다. 특히 교육을 들으면서 열심히 바인더를 썼다. 처음 바인더를 배웠을 때 적용했던 컬러체크는 없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던 흔적이 보인다.
2015년 7월에 취업을 했다. 이 시기쯤 거처를 지금 살고 있는 성남으로 옮겼다. 양식을 출력하던 프린터를 가져오지 못해서 기존에 쓰던 3P바인더 양식을 썼다. 주말에 대한 기록도 차곡차곡 쌓였다.
2015년 11월에 바스락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을 하면서 다시 컬러체크도 신경쓰기 시작했다. 콘텐츠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퇴사했던 지금 돌이켜보면 입사 초기에도 야근이 참 많았던 회사였다.
2015년에는 부진한 출발을 만회하고 처음으로 주간계획표를 52주동안 썼다.
그 이후 2016년에도, 2017년에도 52주를 꽉꽉 채웠다. 2013년에 35주, 2014년에 16주 밖에 쓰지 못했지만 2015년부터 3년간은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물론 그 습관은 2018년 현재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작년에는 바스락에서 daisy님께서 재능기부로 만들어준 양식을 쓰고 있다. 미색지에 뽑으니 색감도 좋고 깔끔하니 쓸 맛이 난다. 이전보다 보기 훨씬 좋아졌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어느덧 7년째 바인더를 쓰고 있다. 결코 작지 않은 시간이다. 중간에 잠깐 쉼은 있었어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가 이렇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제 막 바인더를 쓰는 사람들이나 바인더를 쓰다 말다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바인더를 잘 쓸 수 있냐고 종종 물어본다. 그때마다 명쾌하게 해답을 주고 싶지만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저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거라곤 꾸준히 쓰는 것과 함께 쓰길 권할 뿐이다. 그리고 했던 일들을 기록하기보다 하고 싶은 것들을 채워가며 그 시간을 늘려가면 조금 더 재밌게 쓸 수 있다. 기록을 통해 당신의 삶도 변화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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