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인더를 접하면 언제든지 편리하게 자료를 옮기고 같은 모습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그 매력은 다른 영역까지 확장되어 용지의 종류, 타공을 할 수 있는 펀치, 깔끔하게 출력이 가능한 프린터 등 바인더를 좀 더 멋드러지게 쓸 수 있는 각종 도구들에 눈을 띄게 된다.
그런 도구들이 차곡차곡 쌓일 때마다 어떤 도구를 써야하는 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쌓여간다. 처음에는 눈이 아프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던 미색 용지가 어느 순간 너무 칙칙하게 느껴지고, 밝아서 좋았던 복사용지는 눈이 부셔 끊임없이 그 둘을 반복한다. 어디 용지 뿐인가. 펀치, 프린터, 펜 등 우리가 골라야 할 도구들은 너무나 많다.
처음에는 정답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오답이 되어가면서, 우리는 또 다른 정답을 찾아 '다이소'를 항해한다.
수많은 정답이 오답이 되어가면서도, 여전히 정답인 녀석들이 내겐 몇 개 있다. 오늘 포스팅은 나에게만큼은 정답인 '바인더 도구'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사소하지만 바인더를 쓸 때 유독 도움이 되던 녀석들이다. 과연 지난 5년간 어떤 바인더 도구들이 나에게 만족감을 안겨다준 것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 이제부터 소개할 제품에 대한 협찬 받은 적 없고, 모두 자비로 구입해서 쓴 제품들이다.
[3P바인더] 10cm 플라스틱 자
20공 바인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접하게 될 바인더가 3P자기경영연구소에서 판매하는 3P바인더일 확률이 높다. 그만큼 국내에서 20공 바인더 회사 중 가장 인지도가 높고 회원층도 두꺼운 편이다.
(2년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바인더 모임을 운영하면서 수 십명의 사람들과 함께 모임을 갖고, 수 백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3P바인더를 통해 20공 바인더에 입문한 경우가 많았다.)
3P를 통해 바인더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나게 될 '플라스틱 10cm 자', 처음 구입하면 2개가 들어있는데 하나는 월간에, 다른 하나는 주간에 위치시켜서 사용하면 된다. MON이라고 적혀 있는 글자를 뒤집어 보면 NOW가 되기도 한다. 필자의 바인더에 몇 년째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 반듯한 선을 긋거나, 컬러체크를 할 때 항상 필요한 녀석이다. 매일 쓰는 제품이고, 자주 만지다보니 늘 금방 해진다. 그래서 몇 개월 주기로 한 번씩 다시 구입해서 사용하곤 한다. 선을 그어주는 '자' 역할 뿐만 아니라 책갈피 역할도 잘 해내고 있기 때문에 바인더를 쓴다면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이다.
[도움소] 포켓 스티커(포켓 명함)
3P바인더 플라스틱 10cm 자가 오늘 소개하는 제품 중 가장 오래 알던 제품이라면 이 제품은 반대로 가장 최근에 알게 되었다. 이글 바인더를 포함해 온갖 바인더 용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도움소에서는 바인더에 쓸 수 있는 포켓 스티커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을 알기 전에는 양지사 명함첩 4호를 구입해서 슬라이드형 펀치로 구멍을 뚫어 명함이나 각종 사진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곤 했다.
포켓 스티커 같은 경우 위 사진처럼 명함, 포토티켓, 사진 등을 보관해서 바인더에 그대로 철할 수도 있지만 하나씩 뜯어서 보관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스티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주간계획표에 붙여도 되고, 빈 종이에 미팅을 통해 교환한 명함을 붙여서 미팅 내용이나 그 업체, 사람에 대한 인상을 간략하게 적어서 보관할 수 있다. 사용법이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다양한 곳에 활용해볼 수 있기에 제일 기대되는 제품이기도 하다.
[무인양품] 리필 클리어 포켓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보면 고객이 서비스나 제품을 찾게 되는 것은 2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다른 제품은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면 리필 클리어 포켓은 후자였다. 3P바인더를 통해 처음 바인더를 쓴 필자는 각종 스티커나 영수증, 명함(이 당시에는 명함첩도 없었다.) 등 다양하게 수집된 부수물들을 보관하고 싶었는데 당시 쓰던 가죽 바인더에는 앞뒤 포켓이 있긴 했지만 그 곳에 넣으면 몇 달 뒤에야 바인더 정리하다가 '아, 이거 여기 있었구나'라고 발견할 정도로 블랙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무인양품에서 리필 클리어포켓을 발견해 몇 달 치 영수증을 모아보기도 하고, 각종 영화 티켓을 보관하기도 하고, 명함, 스티커 등을 함께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투명한 재질로 인해 어떤 내용물이 들어있는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용했다.
(물론 수집하지 말아야할 것까지 수집하는 습관을 만드는데 이 녀석이 8할의 책임은 있었다. 뭐든지 적당히 사용하자)
뿐만 아니라 타공되지 않은 A5 용지를 잠시 보관해서, 집에 가서 타공한 후에 바인더에 철하기도 하고 학교, 회사 등에서 받은 A4 용지를 반접어 고이 보관하기도 했다. 예전 같았다면 바인더 중간쯤 '어딘가'에 넣어두다가 잊거나, 어디에 흘리거나, 훼손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기록을 좋아하고 추억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이유에서든 소멸되거나 훼손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런 의미에서 무인양품 리필 클리어 포켓은 당신의 추억을 가장 잘 보관해줄 것이다. '처음 상태의 그 반듯한 형태로'
[마일스톤] PP 인덱스
바인더는 특성상 여러 자료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가 이야기 했듯,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많은 자료들이 쉴새없이 소멸되고 생성되는 과정에서 그들을 손쉽게 찾아갈 나침반 같은 녀석들이 필요하다. 인덱스는 우리에게 그런 역할이 되어준다. 3P바인더에서 고정섹션을 구입해서 지난 몇 년간 내 바인더의 나침반이 되었지만, 종이 재질이다보니 금방 흐물흐물해졌다. (써본 사람은 무슨 표현인지 알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모임사람들과 우리가 직접 만들어 쓰자! 해서 모임에서 직접 섹션을 만들기도 했다.
출처 : 마일스톤 홈페이지
하지만 섹션을 제작하는 건 바인더를 애정(?)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어떤 섹션이 필요한지 분석을 해야하고, 섹션 디자인을 직접 꾸며야 하고, 오랜 기간 쓰기 위해서 코팅 작업까지 거쳐야 한다. 한두번쯤은 호기심 차원이나 1년에 한 두 번정도는 만들어볼 수 있지만 마음이 수시로 왔다갔다하거나, 꾸미는데만 너무 몰입하면 본연의 바인더 활용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제작을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면 구입하는 수 밖에 없는데 위에서 말했듯 3P바인더에서 판매하는 고정섹션은 금방 훼손이 된다. 무인양품에서도 재생지로 만든 인덱스를 판매하긴 하는데 이 제품은 더 금방 상한다. 이때 마일스톤에서 판매하는 PP 인덱스를 활용하면 좋다. 네임펜을 활용해서 분류를 정해도 좋고, 견출지를 이용해서 구분지어도 된다. 필자는 몇 달 째 쓰고 있는데 여태까지 썼던 인덱스 중에 가장 만족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상단에 위치한 인덱스가 무인양품 제품, 얼마 사용하지 않아도 재생지 특성상 금방 훼손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플한 바인더를 지향하고 있어, 마일스톤의 PP인덱스는 기존 8개의 섹션보다 개수가 적은 5개라 더욱 맘에 든다.
[3M] 스티커 라벨 8356-8
언제나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스티커 라벨은 여러모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책 속의 책'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스티커 라벨을 이용해서 추천 책 리스트를 작성하고, 읽고 있는 책 표지 앞에 살포시 붙여놓는다. 그리고 독서를 이어간다.
재접착이 가능한 스티커 라벨이기 때문에 독서가 끝나면, 그 스티커를 떼서 바인더에 붙이고 나중에 그 리스트를 또 모아 책을 읽으면 된다.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은 이유를 막론하고 어떠한 '끌림'이 있어서다. 그 끌림을 안겨다주는 책을 쓴 저자가 추천하는 책이라면 또 다시 내게 맞을 확률이 높다. 그런 리스트들의 집합은 쉽게 모을 수 있지 않기에 모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다.
뿐만 아니라 스티커 라벨은 월간 스티커로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필자 같은 경우 분홍색은 업무, 파란색은 자기계발, 초록색은 개인, 노란색은 모임으로 컬러를 정의했다. 이렇게 스티커를 활용해서 월간 계획을 짜면 내용을 보기 전에 색깔만으로도 어떠한 영역에 내가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리고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 사선을 긋거나, 수정테이프를 이용해서 지우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흔적들을 굉장히 싫어하는 분들이 있는데'계획'은 스티커 라벨로 세우고, 확정된 일정만 펜으로 작성한다면 그런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
[종이나라] 심풀테이프 스탬프형
어떤 자료를 바인더 속지에 붙여야할 이 심풀 테이프 하나면 든든하다. 스탬프형이라 붙이고자 하는 위치에 대고 도장 찍듯이 누르면 위에 보이는 Red Box처럼 테이프가 붙는다. (실제로 보면 저 테이프가 잘 안 보인다.) 주로 영화 티켓을 속지에 붙이거나, 여행을 다녀온 후에 여러 자료를 보관해야할 때 이 심풀테이프를 사용하는 편이다. 기존에는 양면테이프나 딱풀을 이용해보기도 했지만, 접착력이 너무 강하거나 사용하기가 번거로워서 매번 손에 접착제가 묻기도 하고, 속지가 우는 현상도 종종 생기곤 했다. 깔끔하게 당신이 추억하고자 하는 제품을 붙이고 싶다면 종이나라의 심풀 테이프를 추천한다. 물론 스탬프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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