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노트, 바인더에 여행을 담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여행 갈 때만 만들 수 있는 여행노트!

이번 5월 황금연휴에는 쯔위의 나라, 대만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중국(칭다오), 일본(오사카)에 이어 세 번째 해외여행입니다. 여행 갈 때도 역시 기록 덕후에겐 바인더가 빠질 수 없습니다. 자, 그러면 기록 덕후가 여행을 갈 때 어떤 식으로 계획하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여행노트(바인더)는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 이렇게  총 3단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여행 준비

 

 

여행을 가야겠다! 마음 먹는 순간부터 여행용품 체크리스트를 구성합니다. 체크리스트는 하루 날 잡아서 생각하는 것보다 책이나 블로그를 참고하거나, 생각날 때마다 그때 그때 필요한 것을 적어두면 챙겨야할 것들을 놓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체크 리스트는 바인더보다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원노트나 에버노트 등을 활용하여 적어둡니다. 상세하게 적으면 피곤하니까 간단하게만 적어둡니다. (이것도 상세하다구요? 기분 탓입니다……)

 

대만에서 제공하고 있는 관광청 사이트

 

그리고 여행을 가기 전에 그 나라의 관광청 사이트를 방문합니다! 보통 각 나라마다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관광청 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pdf 자료로 제공을 하나 택배로도 가이드북이나 맵북등을 받아볼 수 있기 떄문에 본인의 선호도에 따라 자료를 받읍시다. (저는 당연히 택배로 신청!)

 

 

여수시에서 제공하고 있는 여행 정보 사이트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청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그 지역의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관광 정보(지도, 가이드북, 맵북)를 우편으로 받아볼 수도 있고 pdf 파일로 다운로드 할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미 해당 여행지를 다녀온 분들의 후기를 참고해서 Ctrl+C, Ctrl+V하거나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일정표대로 움직이곤 하는데, 그저 물 흐르는대로 여행을 다녀오기보다는 본인이 의지가 담긴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이런 사이트를 적극 활용해봅시다!

 

벌써 지치시면 안 됩니다. 여행 바인더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안했…….

 

 

 

이렇게 각 국가(지역)에서 제공하고 있는 정보, 여행 서적, 블로그 등 여행지에 관한 정보들을 수집하면 많은 양의 정보가 모입니다. 그렇게 모인 자료에서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곳 등을 내 의지대로 추리고 추려 여행 일정 안에 배치합니다. 보통 1주일 미만의 여행이니 시간 단위로 여행을 계획합니다. (가끔 분 단위로 계획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 분들 리스펙트….)

 

 

 

여행 전에 환전했던 환전증도 같이 넣어둡니다.같은 나라를 또 가지말라는 법은 없으니깐요. 나중에 또 갈 기회가 생기면 얼마를 환전했는지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국내를 잠깐 볼까요. 2012년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을 때 자료입니다. 와. 벌써 5년 전이네요.

 

수학 여행을 제외하고 자유여행으로는 처음 다녀온 제주도 여행에서, 좀 더 많은 곳을 즐기기 위해서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때는  거의 10분~20분 단위로 계획표를 만들어 같이 여행을 다닌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여행 다녀온 후 본인도 지쳐서 다음 번부터는 이렇게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제주도 여행에서 한 번 털리고(?) 다음 해에 다녀 온 내일로 여행에서는 제주도보다 살짝 심플하게 1시간 단위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모든 여행은 대부분 이 양식에 맞추어 계획을 짰습니다. ( 일정이 한 눈에 보이니 여행 중에 계획을 변경하기가 쉬웠습니다.)

 

 

(2) 여행 중

 

 

여행 중일 때 가장 중요한 지도!  태블릿이나 핸드폰으로도 지도를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지만 한 눈에 보기란 어렵죠. 칭다오 여행 을 할 땐 신시가지를 모두 보여주는 지도를 이렇게 출력해서 바인더로 먼저 확인하고 지역을 상세하게 보고 싶을 땐 핸드폰으로 검색하면서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4년 전 여름, 처음 내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많은 지역을 의미없이 흘러보내기보다는 각각의 역에 특색에 맞는 기록을 남길 수 없을까? 각 역마다 특색있는 사진을 찍을까? 고민을 하다가 마침 각 역에 비치되어 있다는 첩보를 접수하고 스탬프 양식을 준비하여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방문하는 역마다 열심히 스탬프를 찍곤 했습니다. (생각보다 각 역에 있는 스탬프의 크기가 컸습니다.. )

 

 

 

겨울에 다시 한 번 강원도로 내일로 여행을 떠난 저는 이미 스탬프 크기에 대한 학습 효과를 거쳤기 때문에 양식의 칸을 좀 더 크게 만들어 바인더에 쿵쾅쿵쾅! (제 심장도 쿵쾅쿵쾅!) 칸에 딱 맞는 크기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최근 5월 연휴에 다녀온 대만에서도 마찬가지로 방문하는 역마다 스탬프를 찍곤했습니다. (이미 칸의 존재는 잊혀진지 오래) 같이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은 처음에 방문하는 역마다 스탬프를 찍는 제게 '그거 뭐하러 찍냐'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제는 '여기 역에서는 안 찍어?'하면서 챙겨주고 있습니다.  (사실 포기했다고 보면 무방함)

 

 

내일로 여행처럼 꽤 오랜 기간 여행을 떠난다면 스탬프 양식을 준비하지만 1박 2일 여행은 따로 양식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센스있게 열차 승차권에 스탬프를 찍습니다.  그외에 다녀온 상점들의 명함, 영수증, 티켓 등 여행 중 획득한 전리품을 바인더 비닐 속지를 활용하여 날짜별로 보관합니다. 이 자료들은 나중에 여행이 끝나고 'OO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제 여행 바인더에 채워지게 됩니다.

 

 

꼭 여행뿐만 아니라 이렇게 공연을 다녀오고 받은 자료를 구멍을 뚫어 바인더에 보관하곤 합니다. 스페이스 공감 1000회 특집,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만들어놓은 자료와 마주하면 일상을 살아내느라 잊혀졌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3) 여행 후

 

 

여행 바인더를 처음 구성할 때는 지도/여행정보/사진/영수증 순으로 보관을 할까하다가 최대한 연관있는 자료까지 모아서 나만의 스타일로 재정립해보았습니다. 

 

 

여행 전에 준비한 자료와 여행 중  찍은 사진을 매칭시켜서 편집합니다. 그 외에도 영수증, 입장권, 항공권, 바우처 등등을 추가적으로 배치시키면 어느새 두툼한 바인더 한 권이 완성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바인더는 문득 다녀온 곳을 살펴보고 싶거나, 주변 사람들이 그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할 때 참고하라고 이 여행 노트를 건네면 '이 바인더만 봐도 그 여행지는 안 다녀와도 되겠네' (실제로 들은 얘기)  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멋지게 편집된 자료들은 제 여행 바인더를 맛깔나게 꾸며줍니다.

 

 

중국 여행에 꼭 필요한 비자.  입출국시 회수하기 때문에 기록 덕후인 제게 남아 있는 자료는 없습니다. 기록 덕후는 이걸 알기 때문에 미리 카메라로 찍어서 바인더에 쏘옥 넣어둡니다.

 

 

이렇게 기내에서 제공하는 음식들도 함께 찍기도 하구요. (역시 땅콩항공이 잘 나옵니다.)

 

 

보통 항공사 티켓들은 많이들 보관하지만 숙소 사진까지는 함꼐 남기진 않죠. 기록 덕후는 이런 것도 놓치지 않습니다. 묶었던 숙소의 외부/내부 사진도 인화하여 호텔 바우처도 함께 보관해둡니다.

 

 

티켓, 명함, 영수증 등은 보통 이렇게 필름이 날아가지 않게 메모리 포켓에 보관하여 마스킹 테이프나 풀을 이용하여 붙이면 되지만 사진은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종이처럼 그대로 붙이자니 나중에 편집을 해야할 때 번거로울 거 같고, 그렇지 않으면 따로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각종 문구점, 1300k, 텐바이텐, 무인양품 등등을 샅샅이 뒤진 결과 바인더에 맞는 규격은 아니었지만 약간 고생(?)만 하면 사진을 손쉽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여수 황소식당에서 먹었던 게장, 부산에서 먹었던 족발과 밀면, 기록을 마주할 때마다 역시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내일로 여행의 산증인 내일로 열차 티켓, 그 어떤 자료들보다 제가 가장 아끼는 자료이기도 합니다. 보통 이런 자료들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 이렇게 여행을 기록한다는 것에 놀라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자료도 말끔하게 보관되어 있어 한 번 더 놀랍니다. 사람에 따라 이런 자료들은 가치가 없을 수도 있고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료들과 마주할 때 그때 당시의 추억을 다시 일깨워주는 자체만으로 저는 여전히 기록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매년 1~2번은 꼭 국내외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만큼은 두 번의 내일로 여행도 있었고 그 외에 종종 다녀왔으므로 많은 지역을 다녀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우리나라 양식 속지에 제가 다녀온 곳을 칠해보니 늘 가던 곳만 여행을 다녔고, 아직 안 가본 지역이 가본 곳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만약 이렇게 기록하지 않았다면 다음 번에도 칠해놓은 지역에 갔을 확률이 높았겠지만, 앞으로는 제 발걸음이 찍히지 않은 지역 위주로 다녀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씩 땅따먹기처럼 칠해가는 재미도 꿀잼이니깐요.)

 

 

 

벌써 여행 노트(바인더)는 이렇게 4권이 만들어졌습니다. 국내는 대부분 일정이 짧거나 따로 자료를 만들지 않아 한 권에 같이 보관하고 있고, 해외를 다녀왔을 때마다 서브 바인더가 하나씩 채워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유럽, 미국, 남미 등 다양한 나라들로 채워진 여행 바인더들이 만들어지겠죠?

 

국내여행 바인더 같은 경우 현재는 자료가 많지 않아 1권에 보관하고 있지만 나중에 자료가 많아지면 기간이나 시도별 구분으로 나눠볼 생각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머릿 속의 기억은 점차 희미해지지만, 바인더를 통한 기록은 여전히 선명합니다.

 

여행의 흔적은 고스란히 바인더로 옮겨진다. 그렇게 여행은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