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 만나기가 꺼려짐.
학교 다닐 땐 몰랐는데(몰랐다기보다 신경이 안 쓰였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 졸업하고 나니 모든 게 비교 대상임. 가끔 연락하는 친구들도 이제 안부전화의 시작이 "잘 지내?"가 아니라 "취업 했어?"가 된지 오래. 또한 당장 취업 못하는 것도 이미 인생의 실패자로 낙인 찍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학점 잘 받아봤자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뭘 그렇게 아등바등 살겠다고 학교에 목매달아 살았는지 벌써부터 인생무상을 느낌. 그런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선 안에서 기존에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는 게 부담스러워짐.
무엇보다 ‘OO야 욀케 보기가 힘들어~~' 친구들의 가벼운 한 마디가 내 가슴을 참 아프게 함..
2.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취업준비는 취업준비 자금대로.
대학교 다닐 때 등록금을 책임졌던 친구들은 졸업 후에 취업 준비하면서도 들어가는 비용들까지 손수 마련해 준비해야 함. 당장 자소서 쓰고 면접준비하고 복장 점검해보고 매달 자라나는 머리 정리하고, 인적성 준비하고, 전공시험 준비하고 혹시 모르니 한자나 한국사 자격증은 있어야 할 것 같고, 토익은 매번 시험 봐도 낮은 것 같고, 진짜 하려고 하면 할 게 너무 많아서 다 해도 24시간이 모자란 데 이런 것들을 현상유지 하기 위해 알바를 병행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생김. 그러면 그럴 수록 학교 다닐 땐 몰랐던 핸드폰 요금이 취업 준비하면서 확 느껴짐.
(형편상 여건이 되는 친구들은 졸업 후에도 대부분 지원을 받으면서 취업준비.)
학교 다닐 땐 가난하다는 게 남들보다 약간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면 금방 극복된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이런 상황에서의 가난은 직면할수록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참 무서운 존재였음.
취업준비
[증명사진, 제출서류 수수료(토익,졸업증명서,성적증명서 등등), 면접정장/구두, 단정한 헤어스타일]
+ 시험준비 [인강,토익/행정학 or 각 전공서적/인적성 등등등]
취업 후
[새 정장 구입, 가방 구입, 몇 벌의 와이셔츠 구입, 그 외에 벨트나 구두나 등등..]
정장 by pixstory |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친구들도 만나서 가볍게(?) 밥 먹는 것도 사실 큰 부담임. 친구들 사이에서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서로 형편이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좀 더 쓸 수 있는 친구나 이미 직장 잡은 친구들이 모임 비용을 해결. 그게 꼭 비용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미안함과, 착잡함 등 복잡한 감정들이 한데 섞여 사람을 참 피폐하게 만듦. (가족마저 불편해짐)
나 같은 경우는 죽기살기로 등록금은 빚으로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학자금 대출은 없었지만.. 정말 많은 친구들이 졸업 후에 적게는 몇 백에서 많게는 몇 천까지 학자금 대출을 빚지고 취업도 못한 채로 시작함. 그리고 취업 한다 해도 일단 학자금이라는 족쇄를 하나 차기 때문에 독립? 차? 꿈도 못 꿈. 오히려 이런 친구들이 회사를 보는 눈이 낮은데도 형편상 어쩔 수 없는 조건 때문에 회사를 골라가야 하는 경우가 생김.
3. 강제성이 없으니 게을러지거나 나태해짐.
시간표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자격증이나 어학 점수를 취득한다고 해서 대학교 다닐 때 혜택(장학금)등의 목표의식이 뚜렷한 것도 아니라서 몸이 퍼짐. 그로 인해 체중이 불게 되고 정신력도 한없이 나약 해짐. 샤워 후에 거울에 잠깐 비춰지는 내 모습을 보면 볼수록 직면하기 싫어짐. 그런 모습은 곧 자신감하락.
4. 희망이 보이지 않음.
자소서를 쓰면서도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쓸 게 없어서 여태까지 뭐하면서 살았나 싶고, 면접을 보면 내가 능력이 있긴 한가... 기업들에서 날 받아주기는 하는 걸까? 업무는 따라갈 수 있을까?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듦.
5. 웃기가 힘듦.
내가 마지막으로 웃은 게 언제였는지 궁금하기도 함.
6. 모든 것이 곧 사치.
친구들이랑 밥 먹는 것도, 가끔 영화 보는 것도, 여행 가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곧 사치라고 느껴짐.
7.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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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고 싶은 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맞는지,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전공을 그냥 따라가는 건 아닌가 싶고 그렇다고 다른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려 해도 그 자체만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림. 취업하기도 바쁜데 그런 탐구를 하는 자체도 사치임.
이십 몇 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도 파악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뭐했나 싶기도 함. 학점이 높고 토익점수가 높으면 뭐하나. 정작 중요한 하고 싶은 게 없는데.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인데, 여전히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혹은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속도만을 중요시 하고 있는 듯함.
8. 자신과 끝 없이 싸워야 함.
취업 언제 하냐며 많은 사람이 닦달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엄청 스트레스도 받음(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많음.) 뭐라 그러면 뭐라 그런대로 스트레스 받고, 뭐라 안 그래도 내 스스로 주변에 너무 미안함을 느껴서 자책하게 됨.
( ex. 빨리 취업해서 엄마한테 효도해드려야 하는데, 언제까지 얻어먹기만 하냐. 친구들 맛있는 거 사줘야 하는데)
취업 과정 자체로도 혹독한 싸움인데, 자신을 끝없이 믿어줘 야함. 부정적인 생각이 많을수록 취업하는데 많은 걸림돌이 되고 많이 돌아가야 함.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처럼..
서른 즈음에 난 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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