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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쌀쌀함이 살결에 닿을 때 가을이 왔나 싶다. 더불어 김동률의 노래와 함께.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하고 잔잔하기도 적적하기도 한 이 계절의 중심에서.
어쩌면 곧 추워진다는 당연한 순리만큼 뻔히 보이는 길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것은 모든 걸 짊어지려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다 큰 어른처럼 보이던 내가 애처럼 구는 모습을 보면 어떤 모습이 가면일지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님의 말씀처럼 모든 것들은 오래 보아야 그에 대한 진득함이 생긴다.
그 진득함이 가져다 주는 여운은 좋은 면을 더욱 더 부각시키는 데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해당 주제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인 시선을 갖기 위함이다.
귀찮다고, 게을러서, 바빠서하지 쓰지 않는 다는 핑계는 부차적인 변명에 불과하고 그에 앞서 주가 되는 이유는 맨 얼굴을 보기 싫어서다.
요즘이 그렇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천천히 책을 비롯한 텍스트를 멀리한 것도, 점점 일기를 쓰는 주기가 길어지는 것도,
부차적인 변명을 앞세워 가까이 하지 않고 있다.
아마 이번에도 계절을 앞세워 밀어내고 있는지 모른다.
가을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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