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오네모

글 작성자: Yongma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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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인더를 쓴다는 것




 지난 8월 마일스톤 본사(울산)에 놀러 갔을 때 선물받은 A5 바인더를 여전히 '참' 잘 쓰고 있다. 일단 가볍고 내부에 포켓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펜꽃이가 없는 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있었다면 오히려 거추장스러웠을 것 같다. 바인더 쓰는 게 참 재밌었던 2014년~2015년에는 어떻게 바인더를 채울까?를 고민했다면 작년부터 어떻게 비울 수 있을까?를 주로 고민했었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정보가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바인더 또한 마찬가지로 두껍게, 무겁게 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모든 자료를 참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수록 과시용인 경우가 많았다. 항상 보는 자료는 정해져있고, 그렇지 않은 자료는 몇 개월이 지나는 동안 그 곳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7일에 출간된 책 <일취월장> (신영준, 고영성 공저) 을 보면 첫번째 챕터부터 '운'에 대해서 설명한다. 신영준 박사가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원래 처음에는 싱가포르가 아닌 미국에 있는 유수의 대학원을 염두해두고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 대학 홈페이지의 교수진을 보고 연락을 했는데, 나중에 연락이 되고 알고보니 그 교수는 싱가포르 국립대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홈페이지 담당자가 업데이트가 늦어서 이직한 교수가 아직 홈페이지에 게시되어있던 것이다.) 그 우연(?)을 계기로 신영준 박사도 처음에 희망하던 미국이 아닌 그 지도 교수를 따라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가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신영준 박사의 가족들은 싱가포르와 참 재밌는 우연들이 생긴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 참고!)


내가 바인더를 알게된 건 단순 '운'이었다. 대학교 3학년 2학기 때 1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무심코 신청했던 '셀프리더십'이 3P바인더를 사용하고 있는 강의였으니 말이다. 물론 그때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3P바인더를 알았을 확률은 높겠지만 책 <생각의 기쁨>에서 유병욱 CD가 얘기했듯 인생은 어느 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이다.



2. 기록의 프로세스




나를 거쳐가는 기록은 늘 수집 - 정리 - 발산으로 이어진다. 작년에 읽었던 책 <디지털 정리의 기술>에 나왔던 디지털 정리의 기술 3요소를 '기록'이라는 분야에 내 스타일대로 적용시켰다. 



1) 수집


수집의 방식은 2가지다. 아날로그 또는 디지털.


수집을 할 때 바인더를 통한다면 아날로그, 핸드폰이나 서피스를 통한다면 디지털이다.





요즘 집에 있는 레이저 프린터가 맛이 가고 있기 때문에, 주로 회사에서 몰래(?) 출력을 하는데 그렇게 출력되어 우리 집으로 모셔온 자료들은 다이소 재단기를 통해 잔인하게 A5 사이즈로 잘려나간다. 




항상 조심하는데도 매번 다이소 재단기 쓸 때마다 저 문구 때문에 검지 손가락 끝이 찌릿찌릿하다. (기분 탓인가...)




그리고 이어서 Carl사의 GP-20N 타공기를 통해 역시 잔인하게(?) 20개의 구멍이 송송 뚫린다. 잘리고 뚫리고.


내 바인더에 어떤 자료들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예전에 썼던 아래 글들을 통해 참고하자.


[디지로그의 시대/인생을 바인딩하라] - 메인 바인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디지로그의 시대/인생을 바인딩하라] - A5바인더를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 6가지

[디지로그의 시대/인생을 바인딩하라] - 바스락 주간계획표 사용법



디지털은 참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작년에는 주로 Onenote를 사용해서 수집을 했다면 올해는 Workflowy가 주축이 되고 있다. 내년 북리스트 또한 목록 정리에 탁월한 Workflowy를 통해 읽을 책들을 '수집'하고 있다. (수집이 완료되면 2018년 북리스트는 미색 용지에 출력해서 바인더에 정리되어질 것이다.)




(대부분이 올해 못 읽은 책, 미루는 습관이 참 무섭다.)




2) 정리



내가 하고 있는 정리의 시작은 마인드맵이다.


예전에는 마인드맵을 통해 주로 서브바인더를 대상으로만 정리했다. 


[디지로그의 시대/인생을 바인딩하라] - [3P바인더] 살아남은 서브바인더, 그리고 2017년

[디지로그의 시대/인생을 바인딩하라] - [3P바인더] 내가 서브바인더 수집을 중단한 이유.

[디지로그의 시대/인생을 바인딩하라] - 내 서브바인더를 소개합니다.

[디지로그의 시대/인생을 바인딩하라] - 2016년, 서브바인더 재분류하기

[디지로그의 시대/인생을 바인딩하라] - [3P바인더] 서브바인더 활용범위(Update:2015.6.14)

[디지로그의 시대/인생을 바인딩하라] - [3P바인더] 내 서브바인더 변천사

[디지로그의 시대/인생을 바인딩하라] - [3P바인더] 서브바인더, 세네카 리뉴얼하다.


빈 종이에 직접 그리고 꾸미는 것은 잘 못하는 편이라 디지털 마인드맵 도구인 알마인드를 주로 사용했다. 요즘은 내가 손 대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마인드맵으로 정리한다. Onenote/OneDrive 트리 구조, 디지털 도구, 사용 중인 카드나 통장들까지 마인드맵이 손 닿지 않는 분야들이 없다.





그렇다보니 Onedrive에 아예 따로 마인드맵 전용 폴더를 만들었다. 이렇게 쌓인 '마인드맵' 만으로도 나중에 재미있는 컨텐츠가 될 거 같다. 




최근에 원드라이브를 정리할 때도 역시나 마인드맵을 사용해서 정리했다. 바인더, workflowy, 마인드맵. 이 3가지만 있더라도 웬만한 수집과 정리 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가끔 아날로그 자료를 '언제 어디서든'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때는 아날로그 자료를 디지털 자료로 변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요즘 워낙 좋은 스캔 앱(office lens, cam scanner, evernote scanable)들이 많이 나와서 핸드폰만으로도 디지털화 시킬 수 있지만, 그 어플들은 내게 조금씩 부족했다. 그래서 휴대용 스캐너를 하나 구입해서 원노트와 원드라이브에 차곡차곡 정리해놓고 있다. 



작년에 재밌게 읽었던 책 <심플하게 산다>는 항상 밖에 있을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단골 독서노트중 하나다. 그때마다 원노트를 켜서 다시 한 번 읽어본다. 





독서노트 뿐만 아니라 '언젠가 정리해야지' 하다가 바인더 후면 포켓에 3년동안 보관되어 있었던 강연노트도 스캔을 하고 바로 버렸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들었던 강연이고, 계속 보관된 시간들이 아까워서 블로그 포스팅까지 했다.


[디지로그의 시대/스마트워크 프로젝트] - [강연노트] 강신주/김어준 편






하지만 역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자료로 넘어간 끝판왕은 군대에서 받은 편지였다. 군대에 전역하고나서 어떻게든 버릴려고 마음 먹다가도 못 버린 세월이 5년이 훌쩍 지났는데, 스캔을 하고나니 신기하게도 버려지더라. (물론 편지는 여전히 거의 안 본다.)




3) 발산


수집하고 정리했으면 이제 아웃풋이 나와야한다. 아웃풋은 참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돈일 수도 있고, 어제보다 성장한 나 자신일 수도 있고, 갑자기 내 블로그에 폭등한 방문자 수일수도 있다. 뭐가 됐든 수집하고 정리한 당신에게 최고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있어야 수집하고 정리할 맛이 난다. 



그럼 나는 이렇게 수집하고, 정리해서 어떤 아웃풋을 얻어냈을까?





계속 끊임없이 바인더와 디지털 도구들의 도움으로 블로그에 글을 쓴 덕분에 올해 수 차례의 채널에 내 글이 게시되었다.






역대급 대통령 선거 기간이라 묻혔지만 딴지일보라는 언론사에 2번의 기고를 했다. (올해 참 뜻깊은 경험) 




그 동안 썼던 글들은 이렇게나 많아졌다. (잠깐만.. 언제 이렇게 썼지?????)





위의 아웃풋보다 가장 값진 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끈질기게 이어가는 '강력한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고, 블로그(티스토리)와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고, 바인더 모임인 바스락 모임을 운영하고, 디지털 도구에 대해 온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1달에 1번씩 기록에 대해서 코칭을 진행하면서 몸이 열개라도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힘들어서 오는 괴로움보다 좋아하는 것들을 해서 오는 즐거움이 더 크기에 여전히 너무나 즐겁게 이 모든 것들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3. 글을 마치면서

 글의 서두에서 '인생은 어느 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내게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실력만 있어서도 안되고, 운만 있어서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내가 준비되어 있을 때, '바라던 것'을 이뤄줄 사람 또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면 그때의 그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만약 내가 준비되었는데도 바라는 것이 오지 않았거나, 바라는 것이 왔는데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 희열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거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바쁨이 얼마나 나쁘냐면 소중한 것을 성가시게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당신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자. 





바쁘더라도, 익숙하지 않더라도, 어렵더라도, 힘들더라도 꿋꿋이, 그리고 꾸준히 이어간다면 결국 당신의 것이 된다. 그 과정을 통해 내겐 인생의 모든 것들을 기록하는 강력한 습관이 생겼다.




이웃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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