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인더를 계속 써오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습관 체크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겠다고 다짐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없지요. 먼저 왜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막상 실천에 나섰을 때 방해요소는 없는지,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끊임없는 분석을 해야만 계속 그 '무엇'을 해나갈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제게는 몇 가지 안되는 그 '무엇'들이 존재했습니다. 독서가 가장 대표적인 것이었죠. 대학생 때만하더라도 많이는 아니더라도 1년에 20권 내외로는 읽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다 그것이 졸업을 하고나서는 반토막, 반에 반토막으로 뚝 떨어져버렸지요. 물론 심적으로 여유가 사라진 것도 있었고 금전적인 부담도 동반이 됐겠지만 그것만으로 핑계를 대기엔 너무 뻔한 변명들이었죠. 오히려 여유가 없다면 여유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읽어야 할거고, 금전적인 부담이 있다면 기존에 읽지 않은 책을 읽으면 되는 방법 또한 존재하니깐요.
그런 모습들이 작년까지 쭉 이어졌었습니다. 해결 할 방법이 없으니 스스로도 더 이상 나몰라라한 거죠. 그러다 바인더 모임에 참여하고나서부터 그 실마리를 찾게 됐습니다. 물론 모임 내에 독서모임이 존재했기에 책을 강제로 읽어야하는 점도 무시하지 못하겠지만 그에 앞서 '자극'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서로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몇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한 공동체에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내가 보지 못하는 세상들이 보입니다. 바로 아래 감탄사처럼 말이죠.
'아, 이럴 수도 있겠구나!'
어쨌든 그런 각기 다른 시선들이 제게는 다양한 신선함과 그런 시선을 내 안에 두고 싶다는 자극으로 다가왔습니다. 독서는 그저 흘러가는 하루를 채우기 급급한 사람들보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싶은 사람, 또는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찾아오는 법이죠. 그래서 제가 대학생 때는 전공이든 교양이든 다른 배움이 존재했기에 독서 또한 손쉽게 해낼 수 있었던 거죠. 그러다 졸업하고나서부터는 '배움'이라기보다 시험을 위한 '암기'를 하다보니 한없이 멀어져버린 겁니다.
독서는 실마리를 찾아서 현재는 순항 중이지만, 여전히 잘 안되는 그 '무엇'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 이름하야 운동.
유산소운동이야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해서 하루 8,000~10,000보를 거뜬히 채우지만 근력 운동이 제겐 쉽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시간이 넘치는 취업 준비생일 때는 활동량이 워낙 적었기에 억지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헬스장도 다니긴 했지만 현재는 직장을 다니면서 헬스장까지 병행? 현실적으로는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바인더 모임에서 2월부터 운동을 하겠다고 목표로 내세웠지만 3월의 중순까지 지나간 이 시점에 그 목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처음에는 '게으름', '귀찮음'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것들만이 제가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목표가 된다면 그 목표를 억지로라도 달성하려고 시도한다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겁니다. 그래서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몇 가지 이유들을 더 찾아보려고 노력했지요.
그게 몇 달간 잘 보이지 않다가 <메모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문득 떠오른 사항이 있었습니다. 그게 현재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에너지
현재 저는 업무강도가 쎈 IT업계에 종사하면서 평일에는 거의 시간을 못 내고 있지요. 그나마 출퇴근 시간이나 식사 시간 전후로 해서 낭비되는 시간들을 '독서'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고, 조금씩 의식하면서 더 걷다보니 '걷기'는 채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퇴근 후에 집에서 근력 운동을 하자니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다른 할 일들보다 운동은 매번 우선 순위에 있어서 밀려있었습니다. 그 우선 순위 높은 것들은 당연히 그 날 해야하는 거라 의식하지 않고 있다가 생각해보니 '컴퓨터 또는 블로그'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직장에 다니고나서부터 블로그에 많은 글을 올리진 못하고 있지만 매번 무슨 글이라도 올려야한다는 의무감이 들었습니다. 그 의무감을 해소해준 것이 바로 신변잡기식의 글이었죠. 그래서 퇴근 후에는 거의 노트북부터 켰던 것이지요. 그 날 글을 올리든 안 올리든 일단 그 앞에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인터넷 특성상 다른 유혹에도 쉽게 빠지고 그러다보면 시간도 금방 흘러가지요.
일단 그 의무감부터 지우기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사실 신변잡기식의 글은 어떤 정보도 안될 뿐더러, 그저 흘러가는 소비성 콘텐츠죠. (네이버 블로그였다면 이웃들을 위하기라도 했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카테고리를 줄이기로 결심했습니다. 일단 오랜 기간 쓰지 않았던 카테고리는 과감히 정리하고, 근황 및 매일/매주 올려야했던 포스팅들도 모두 비공개처리하였습니다. 바인더에 관련된 글 또한 '바인더 이야기'라는 카테고리에 한꺼번에 묶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카테고리를 줄인다고 해서 제가 그 의무감을 당장 제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습관을 고친다고 해서 바로 운동으로 직결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에너지를 아낄 수는 있겠죠. 우리가 살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동들을 취하면서 얻는 효과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에는 '해오던 거니까' 또는 '그냥'이라는 습관성 이유가 큰 법이죠.
어쩌면 현재도 굳이 하지 말아야할 것들까지 짧은 하루 안에 포함시키느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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