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하는 것, 그 시작점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생각나는 건 군대에서부터였다. 하루에 적게는 2시간, 많게는 4시간씩 경계 근무를 서면서 그게 2년이 축적되면 나는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근무를 서있는 것인가? 라는 물음에서부터였다. 그 이후로 근무를 마치고 나서는 메모지를 펼쳐 꼬박꼬박 기록했다. 2시간, 50시간, 100시간, 그렇게 누적된 시각만큼이나 내 기록도 누적됐다. 처음에는 근무 시간만 기록하던 것이 감정까지 확대되었고 이내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가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감정이나 일기는 습관이 되었지만 제일 먼저 계획했던 근무 시간은 기록의 이어 달리기에서 바통 터치를 하지 못했다. 가장 먼저 계획했고, 어떻게 보면 나중에 시작한 그 두 가지보다 간단한 건데 왜 실패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있는 그대로만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그 누적된 시간을 본다고 해서 내가 얻을 건 없었다. 근무 시간이 누적되면 누적될 수록 오히려 내가 허비하는 시간이 많다고만 뼈저리게 느낄 뿐, 이 시간을 어떻게 더 활용할 수 있는 방도는 없었다. 그에 반해 감정과 일기는 충분히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그냥 흘러가는 하루를 작은 메모지 안에 담아내면서 내 나름대로 고군분투 군생활을 이겨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기록은 '그 당시엔 필요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적지 않는다면 있었는지도 몰랐던 사건들이 기록을 통해 하나의 추억이 된다. 그렇게 서서히 삭제되는 휴지통이 아닌 기억 속 D드라이브 한 켠에 영원히 보관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카테고리는 내가 바라보는 사람, 또는 사물, 그리고 그 외 다양한 것들에 대해 적어나갈 것이다. 다른 카테고리처럼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의미보다는 그냥 흘러가지 않게 잡아두기 위한 목적이 크다.
풀어내는 것들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고, 싫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것들에 대해 마주하면 마주할 수록 그 잔상은 또렷해질 것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것들에 대해 하나씩 지켜볼 것이다.
201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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