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0권 남짓의 서브바인더를 정리하면서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내고, 하나하나 내용을 들춰보았다. 그 중에서 특히 2년 전에 적었던 인상깊은 글이 하나 있었다. 故 장영희 교수님의 책에서 <내가 살아보니>라는 시 비슷한 문장이 하나 있는데 그 시는 장영희 교수님이 살아계실 적에 느꼈던 것들에 대해 풀어놓은 내용이다. 그 내용을 빗대어 25살까지 내가 살면서 느낀 점을 풀어 <스물 중반까지 살아보니>라는 글을 하나 썼었다.
<스물 중반까지 살아보니>
1. 어느덧 혼자 밥 먹는게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2. 하루에도 수 천번씩 Up&Down하던 감정들이 이제 그렇게 요동치지 않는다. 조절하는 법을 배운건지, 무뎌딘건지.
3.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고,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 내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4. 한글 맞춤법은 나이가 들수록 신경이 덜 쓰이고 점점 하나씩 잊어버리는 기분이다.
5. 지금 스무살을 보면 굉장히 어려보이는데 내가 5년전이라 생각해보니 그렇게 어려보이지도 않는다.
6. (겉으로 비춰지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상대방과 두세마디만 나눠보면 조금이나마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
7. 자신의 삶을 과장하는 이는 작은 성공에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한 발짝 앞선다.
8. 모든 실패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부정하느냐, 받아들이냐에 따라 인생이 180도 달라진다.
9. 나를 그렇게 사랑할 필요도, 남을 그렇게 사랑할 필요도 없다. 뭐든지 중도가 중요하다. 균형을 지키는게 가장 어렵다.
10. 어른들이 감정이 메말라버린 건 어쩌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가 아닐까 싶다.
11.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은 오늘'만' 만족하고,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오늘'도' 만족한다.
12.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오만한 생각이 나를 갉아 먹는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부족한게 상대방의 마음이다.
13. 내 자신을 속이는 것만큼 나쁜 것은 없다.
14. 스무살로 돌아간다면 달랐을텐데, 돌아간다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서른 살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변해라.
15.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과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데 같다고 혼동하지 마라.
2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모든 내용이 공감이 된다. 아마 3년, 10년 후에도 같으리라 생각이 든다.
신기한게 지금 이런 글을 쓰라고 하면? 100% 못 썼다.
책을 읽어도 내 것으로 소화시키기란 참 어렵다. 머리로는 이해하나 마음으로 온전히 받는데까지는 그 내용이 내 삶에서 우여곡절 겪었던 부분과 매칭이 되어야 한다. 설령 매칭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그렇게 연결되는지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내용은 영영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누군가 썼던 내용을 공감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쓴 내용을 남도 공감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글을 써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주에 바스락 독서모임에서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읽으면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
고독을 극복하면서 단독자임을 자각할 수 있었고, 오로지 혼자서만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과거 이 글을 썼던 '나'는 고독을 극복하면서 집단의 반대편에 서있었다. 그 고독을 극복하기까지 군대를 포함해 6년 이상 대학에 속했던 소속감의 후유증을 혼자서 오롯이 견뎌내야 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혼자라는 것을 인식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렇게 서게 되니 그동안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다행히 그때도 바인더를 통해 기록을 한 탓에 극복했던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복기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지금의 '나'는 학교가 아닌 또 다른 소속에 속해, 더 이상 그 능력을 쉽게 발현할 수 없지만 소멸된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그때처럼의 상황으로 돌아간다해도 그 길을 걸어온 경험이 있기에 충분이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많이 공부했음에도 삶에 큰 발전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깨우치고 그 전율이 타인과 공진될 때 그리고 배운 것들 꼭 내 이야기인 것처럼 풀어나갈 때 우리는 체득했다고 한다.
신영준, <졸업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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