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 바로 3기로 이어지느라 정신이 없지만 모든 끝에는 기록을 남겨놓아야 후회하지 않더라. 어제부로 독서모임 2기 활동이 끝났다. 지난 3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쏜살같이 지났다. 회사 다니느라, 책 읽고 서평 쓰랴, 독서모임 챙기랴. 예상했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던 12주동안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 보니 시간은 항상 부족했다. 해내지 못했을 때 가장 먼저 꺼내기 좋은 핑계는 '시간 부족'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보다 그 핑계가 가장 먼저 생각날 때가 가장 괴롭다. 지금 상황을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가장 쉽게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바쁘다. 시간이 없었다는 말을 가볍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툭툭 튀어나오지만.
어쩌다 보니 일정이 꼬이면 일주일 내내 틈틈이 책을 읽어도 분량을 채우지 못할 거 같은 상황에 직면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일을 너무 많이 벌린 건 아닌가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벌린 일이라 지기 싫었다. 그래서 사람들 만나는 시간을 줄였고, 휴식 시간으로 대부분을 보낸 주말을 카페 가서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으로 바꿔야 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을 채워야 가까스로 할당된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이 생겼는지 종종 여유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다시 새로운 일을 벌렸다.
어제 모임이 끝나고 공간을 정리하면서 공간 모습을 사진 찍는 분이 계셨다. 왜 찍는지 따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대답은 들을 수 있었다.
"이제 여기 언제 올지 모를 것 같아 사진으로 기억해두려고요"
따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모임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고 기억에 남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감사했다. "저는 고장 난 사람 안 고쳐요"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고 다니지만 사실 포기하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끌고 가고 싶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심한 압박이나 때론 꼰대같이 훈계질도 좀 하겠지만 완주했을 때의 뿌듯함이란. 먼저 완주해본 사람으로서 느껴봤으니 함께 느끼고 싶었다. 그럼에도 과정 중간에 저마다의 이유로 몇 명은 이탈되었고 나는 할 말이 많았지만 역시 저마다의 이유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예전 같았다면 할 말 다 하면서 살았겠지만 굳이 그런 말을 꺼내지 않는 나를 보고 스스로 느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이런 부분은 성장했네'
마지막이었지만 끝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음 주부터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새롭게 시작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3개월간 함께 열심히 읽고 나눴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 같다. 이미 글쓰기, 책 읽기 등 여러 온라인 프로젝트에서도 함께 참여하고 있고 앞으로 번개 모임을 통해서 종종 뵐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제는 그 어떤 시작도 두렵지 않다. 다만 마감 내에 약속한 것들을 지키지 못할까 봐 두려울 뿐이다. 마감 있는 일상이 자주 찾아온다. 그래서 누구보다 심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느끼긴 하지만, 그 과정 중 느끼는 기쁨도 있다. 해본 사람만이 아는 기쁨. 마지막 모임을 마치고 그동안 함께 모임을 하면서 느낀 점을 나누면서, 어떤 한 분은 처음에 개인적으로 조금 우울한 일이 있었는데, 끝날 때가 되니 그런 우울함이 몽땅 사라졌다. 그래서 함께 3개월간 했던 지금 이 분들이 앞으로 한 번씩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도 이렇게 글로 남겨놨으니 생각날 것 같다. 그게 이렇게 남겨두는 이유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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