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에 쓴 일기를 봤다. 그 날은 이사 걱정이 가득했다. 얼마 안 된 일이라서 그럴까. 일기를 읽어가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이 떠오른다. 이사 갈 날짜는 정해졌는데 지금 집이 빠지지 않는 막막함. 혹시나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최악의 순간이 현실로 일어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행동하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기보다 최대한 미루면서 끙끙 앓는 편이었다.
두 달이 지났다. 무사히 이사를 했고 그때 했던 걱정은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너무나 시시해서 왜 그런 걱정을 안고 살았는지 과거의 내가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안다. 이미 그 문제는 해결되었으니 작게 생각하는 거라고. 아직 겪어보지 못한 문제가 또 들이닥치면 꼼짝도 못 하고 다시 얼어버릴 거라고.
행복할 때는 글이 잘 써지지 않듯이 기분이 좋을 때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물론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해서 매일 일기를 쓰는 건 아니겠지만 기분이 태도가 되는 날에는 책상에 앉아 한동안 쓰지 않았던 일기장을 펼칠 확률이 높았다.
일기를 쓰고 나면 좋은 점은 생각을 정리해주기도 하지만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단순히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는 것에 있다. 상황은 조금씩 달라도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고 앞으로도 언젠가는 틀림없이 겪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위안이 되곤 한다.
두 달 전에 썼던 일기 속 걱정이 지금의 나를 괴롭히지 못하듯, 오늘 쓴 일기는 두 달 뒤 나를 괴롭히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이렇게 적어두지 않는다면 미래에 나를 괴롭히는 녀석은 두 달 전 그 놈인지, 아니면 다른 녀석인지 나는 분간하지 못한다.
지금 걱정하는 게 있다면 노트를 펼치고 적어보자. 그리고 다 적고나면 노트를 덮고나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고 믿자. 믿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믿는 쪽이 마음이 한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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