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기 전에는 왜 꼭 아쉬움이 몰려오는 건지.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으려고 아이패드를 샀는데, 아이패드로 안 되는 것이 있다며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아이패드에만 깔린 앱이 있다며 아이패드도 함께 챙긴다.
책은 무거워도 들고 다녀야 읽는다며 종이책 한 권과 전자책 리더기는 가방 속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정작 몇 번 쓰지 않는 충전 케이블도 혹시나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종류별로 다 가지고 다닌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충전 케이블이 필요할 때 나는 도라에몽이 된다.
때론 짐이 아니라 걱정을 들고 다니는 것 같다. 가방에는 온갖 종류의 걱정이 나를 좀먹는다. 하나를 포기하면 될 일을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이기도 했다.
필요할 때 없어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보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매일 들고 다니면서 무거움에 익숙해지는 쪽이 편했다. 조금만 고생하면 된다는 생각에 나를 혹사시키는 날이 늘어만 갔다.
모든 걸 챙겨야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로 인해 무엇하나 편했던 적이 없었다. 챙길 게 많을수록 빠뜨린 건 없나 계속 생각하게 되고, 가지고 다니면서도 보이지 않으면 잃어버렸나 전전긍긍한다. 애초에 없었으면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한 번에 사면 저렴하다는 이유로 생필품을 잔뜩 사서 쟁여 놓았다. 퇴근하면 문 앞에는 나를 기다리는 생필품이 가득했다. 한 번 사두면 몇 개월 동안은 다시 사지 않아도 됐다.
덕분에 집에는 휴지, 세제, 섬유유연제 가릴 것 없이 넘쳤다. 그러나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입한 것들은 새 것 그대로 버려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너무 많이 샀나? 자책했지만 이 한 마디로 나를 납득시키기 충분했다.
'어차피 계속 쓸 건데 뭐'
나를 계속해서 헷갈리게 만든 건 '어차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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