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게 살아보니

최근 몇 년동안 브런치와 네이버에 주로 글을 쓰는 탓에 티스토리가 방치되고 있다. 그럼에도 통계로 보면 여전히 봐주는 사람이 많아 감사할 따름이다.  스물 중반에 한 번, 스물 후반에 한 번 그때의 생각의 글로 남긴 적이 있다. (아래 더보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스물 중반까지 살아보니

1. 어느덧 혼자 밥 먹는게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2. 하루에도 수 천번씩 Up&Down하던 감정들이 이제 그렇게 요동치지 않는다. 조절하는 법을 배운건지, 무뎌딘건지. 
3.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고,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 내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4. 한글 맞춤법은 나이가 들수록 신경이 덜 쓰이고 점점 하나씩 잊어버리는 기분이다. 
5. 지금 스무살을 보면 굉장히 어려보이는데 내가 5년전이라 생각해보니 그렇게 어려보이지도 않는다. 
6. (겉으로 비춰지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상대방과 두세마디만 나눠보면 조금이나마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 
7. 자신의 삶을 과장하는 이는 작은 성공에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한 발짝 앞선다. 
8. 모든 실패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부정하느냐, 받아들이냐에 따라 인생이 180도 달라진다. 
9. 나를 그렇게 사랑할 필요도, 남을 그렇게 사랑할 필요도 없다. 뭐든지 중도가 중요하다. 균형을 지키는게 가장 어렵다. 
10. 어른들이 감정이 메말라버린 건 어쩌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가 아닐까 싶다. 
11.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은 오늘'만' 만족하고,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오늘'도' 만족한다. 
12.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오만한 생각이 나를 갉아 먹는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부족한게 상대방의 마음이다. 
13. 내 자신을 속이는 것만큼 나쁜 것은 없다. 
14. 스무살로 돌아간다면 달랐을텐데, 돌아간다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서른 살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변해라. 
15.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과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데 같다고 혼동하지 마라. 

 

스물 후반까지 살아보니

1. 무언가를 변화하고 싶을 땐 의지에 기대는 것보다는 환경에 기대는 것이 힘이 훨씬 덜 든다.
2.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건 참 무서운 말이다. 그 행복을 채워주는 것이 돈인지, 꿈인지 아니면 또 다른 것인지 찾아야 한다. 돈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꿈을 통해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만큼 미련한 짓은 없다.
3. 자신에 대한 신념이 부족한 이유는 본인에 대해 질문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검증이 되지 않았으니 못 믿는 것이다.
4. 큰 일에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테이커고, 책임을 강조하는 사람은 매처, 작은 일에서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은 기버다.
5. 밥이 우리 몸에 최고의 약이듯, 책은 우리 정신에 최고의 약이다.
6. 내가 가진 관심사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7. 신용카드는 무섭다.
8. 때론 자신의 생각을 믿지마라. 스스로 두렵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 행하다 보면 두렵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끔은 본인의 생각과 반대로 움직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9. 수 백가지의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보다 하나의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이 더 뛰어나다.
10. 술 먹는 돈은 하나도 안 아까운데, 책 사고 교육 듣는 돈은 뭐이리 아까운거지.
11.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저축하고 있는 사람을 못봤다.
12.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더 이상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조화의 문제다. 

소름 돋는 게 있다면 그때의 생각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록해두지 않았다면 스물 중반, 그리고 스물 후반의 나는 그냥 어렸고, 미숙했다고만 생각했을텐데 기록으로 남겨두니까 그때의 나는 어렸지만 미숙하지 않았다. 

어느덧 20대를 지나 30대가 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20대의 내가 두 번의 흔적을 남겼듯이 30대에도 꾸준히 흔적을 남기고 싶다. 

서른 넘게 살아보니

1. 제철을 소중하게 여기자.

그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나 음식을 놓치면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표현할 수 있는 시기도 제철이 있다. 표현하고 또 표현할 것. 풍경이 멋지면 멋지다고. 음식이 맛있다면 맛있다고. 고맙다면 고맙다고. 미안하다면 미안하다고. 이것들을 표현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2. 스스로 잘 대접하면 좋겠다.

소중한 사람에게는 잘 대접하면서, 스스로에게 잘 대접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 샤워하고나서는 로션을 발라주고, 식사도 대충 때우는 것이 아니라 잘 대접해주면 좋겠다. 제철 음식이 비싸다고 해서 건너뛰지 말고 월급날만큼은 제철 음식을 선물하자.

커피도 좋지만 가끔은 녹차나 티 종류도 즐겨주면 좋겠다. 그리고 일하면서 마시지 말고 커피나 차를 마시는 동안에는 잠깐의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나와 함께 사는 것들. 식물이나 물건들도 잘 정리하면 좋겠다. 정리가 잘 되면 찾기도 쉬우니, 찾느라 시간을 덜 써도 된다. 

3. 후회는 나쁜 감정이 아니다.

후회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 후회하지 않으면 우린 변화할 수도 없다. 후회될 때는 충분히 느끼면서 그 감정을 어딘가에 적어두자. 왜 후회하는지 생각을 적다보면 결국 내 행동이 문제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변화하면 된다. 

4. 남 탓을 하지 말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말 남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잘못, 상대방 잘못을 가리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먼저 문제가 해결되는 게 중요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에게 탓을 하는 건 그 사람을 절벽으로 몰아버리는 행위다. 절벽 앞에 선 사람은 그 앞에 자신을 세운 사람을 절대 잊지 못한다. 

5. 비교는 과거의 나랑만 하자.

남과 비교해서 얻는 건 그리 좋은 것들이 아니다. 나보다 못난 사람과 비교해서 얻는 우월감, 잘난사람과 비교해서 얻는 열등감은 쓸모 없다. 우월감을 느낀다고 해서 그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도 아닐뿐더러, 열등감을 느낀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보다 못난 것도 없다.

돈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면 돈 많은 사람이 부럽고, 없는 사람들은 무시하기 쉽겠지만 세상이 돈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하면 좋겠다. 한 가지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다간 언젠가 다른 관점이 나를 공격한다. 그때가 되면 답이 없다. 다양한 관점으로 사람을 바라보자.

비교는 과거의 나랑만 하는 걸로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생의 몇몇 지점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 일기도 좋고, 블로그에 쓰는 글도 좋다. 그때 그 시절의 생각이 담긴 어떤 기록물이 있다면 나는 그 나이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거 가지고 현재와 비교하자. 

6.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걸 제거하면서 살자.

불편해도 귀찮아서, 번거로워서, 그냥 등 다양한 이유로 해결하지 않고 산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쌓이고 모이다보면 우릴 더 불편하게 만든다. 잠이 잘 오지 않고, 눈꺼풀이 떨리고, 목이 뻐근하고, 아킬레스건이 아프고,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하고. 이런 것들엔 다 원인이 있고 해결책이 있기 마련이다. 그냥 두지 말고 꼭 해결하자.

회사에서 대인관계가 좋지 않아서 마음이 불편해서 잠을 잘 못 잘 수도 있다. 피곤함을 자주 느껴 눈꺼풀이 떨릴 수 있고, 자세가 나빠서 목이 뻐근할 수도 있다. 그냥 두면 더 불편해진다. 몸이 신호를 보내줄 때 꼭 바로 잡도록 하자. 

7.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자.

소설이 좋다고 소설만 읽고, 재테크 책이 좋다고 재테크 책만 읽으면 다른 기회를 놓친다.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와 대학을 뜻하는 University가 괜히 비슷한 건 우연이 아니다. 모든 생물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 우주듯이, 대학 또한 모든 학문이 모여있는 공동체다. 이 말은 한 학문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학문이 모일 때 비로소 이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내 것만 소중하다고 생각하면 남의 것을 무시할 수 밖에 없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존중이라도 해주자. 책이든 사람이든. 

8. 여유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 속에 있다.

여유는 시간이 생겨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중에 찾는 것이다.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다가 퇴근길에 지고 있는 노을을 발견하고 잠깐 차를 세우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퇴근길에 쉬고 싶다는 생각에 그저 앞만 보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은 여유가 없는 사람이다. 이 둘은 같은 사람이다. 다만 발견할 줄 아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여유는 계속 찾아내는 것이다.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지는 노을을 보면서. 잠들기 전 책을 읽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