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탓에 잠깐 일기만 남기고 자려고 했으나 일기보다는 이들 자택에서 발견됐던 가계부 사진 하나가 하루종일 머리속에 아른거린다. 그래서 그들이 남기고 간 가계부에 대해서 당시 상황을 내 주관적인 생각을 대입해 써보려고 한다.
세 모녀는 지난 2월에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그들 주변에서는 하나의 가계부가 함께 발견됐다. 그 안에는 위 사진과 같은 지출들이 적혀있었다. 1인 가족의 가계부라고 하더라도 먹는 게 너무 빈약하다고 할 만큼 세 모녀의 가계부의 지출내용을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11.4 활명수, 박카스, 소화제(10,700원)
평소에 음식을 제대로 차려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늘 속이 안 좋다. 이들도 그랬던 것 같다.활명수나 박카스가 한 병에 대략 7~800원 정도 하는데 한 박스 이상 사둘정도로 돈을 썼다는 건 아래 지출 내용들에서 왜 그랬는지 짐작이 간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거라도 사먹지..
11.6 싱크대 마개, 순대국, 라면, 우유, 소세지
싱크대 마개를 사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라면을 더 사고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을까. 3인 가족임에도 순대국은 1인가격표가 적혀있다.
11.7 식빵, 잉크, 오뎅, 떡
이 날은 마땅한 음식도 없었다. 저렴한 식빵과 떡을 사서 끼니를 때웠던 것 같다. 배불리 먹고 싶었을텐데 음식의 가격으로 양을 역추정해보니 한숨만 나온다. 한명이 먹기도 부족한 양인데..
11.8 프리마, 바지락
바지락.. 그리고 프리마, 차라리 일회용 커피를 사먹지.. 높은 커피 가격에 그냥 프리마만 타먹었던 건 아닐까..
11.9 음식물 쓰레기 스티커 및 음식들.
음식물 쓰레기를 보니 해당 동사무소가 뭐했나 싶다. 분명히 일할수 있는 환경으로 보고 기초수급자에서 탈락시켰을텐데, 사회복지사는 이들 집에 가보기라도 했을까? 그냥 단순히 서류상으로 60대 엄마와 30대 딸 둘만 보고 다음 장으로 서류를 넘기지 않았을까, 무상급식처럼 대다수를 위한 복지도 중요하지만 정말 복지가 필요한건 이렇게 생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일텐데.. 음식물을 몰래 버릴만도 한데, 이런 사람들이 더 법을 잘 지키는 아이러니. 그러면서 법은 이들에게 더 가혹하다.
그나마 배불리 먹을 수 있게 이런 저런 다양한 음식들을 구입했지만 가격을 보면 마트에서 가장 싸게 파는 것들로 구입을 했다. 저 가격에 우유면 작은 우유 한팩, 식빵은 유통기한 임박한 거, 햄이나 깻잎은 특가 세일 품목일테고, 뭐 하나 맘 놓고 배불리 먹었다고 보여지는 품목들이 없다.
11.20 우유,쑥갓,콜라,호빵,상추,깻잎
가족 중에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나보다. 꿀꺽꿀꺽 마시고 싶었을텐데 날이 갈수록 구입하는 우유의 가격은 내려가고 있다. 우유가 700원이라니. 요즘 마트에서 700원 주고 우유를 살 수 있나. 흠. 그나마 호빵 4천원 정도면 허기진 배정도는 채울 수 있지 않았을까. 모든 품목들이 1000원 내외로 이루어졌다. 과자도 2~3천원이 훌쩍 넘는 시대인데..
11.21 족발
만 팔천원 짜리 족발. 큰 뼈 하나에 고기 몇점 붙어 있으면 그것의 사이즈를 소(小)라 부른다. 그게 바로 만 팔천원정도 한다. 성인 남성은 어림도 없고 입이 짧은 여성이 먹어야 배부른 정도의 양일텐데 족발이 먹고싶긴 하고, 돈은 없고.. 시키기 전에 얼마나 고민했을까. 뭐 비싼 거 먹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족발 하나 먹겠다는데 그날 밤 세모녀가 고민하던 모습을 떠오르니 무능한 정부에 화가 난다.
11.22 왕뚜껑,소세지,후랑크
속이 안 좋을만 하다. 매번 소세지나 라면류의 지출 밖에 없었다. 쌀 10kg를 샀다거나 반찬거리를 듬뿍 산 흔적이 그들의 11월 가계부에는 없었다.
11.23 우유,소주,참치,요구르트
소주 4400원. 네 병의 가격이다. 딱히 안주거리도 없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사진 속에 보이는 11월달 지출을 합해봐야 10~20만원정도 밖에 안된다. 요즘 시대에 버스 몇번 타고, 밖에서 밥 몇번 먹으면 훌쩍 넘는 금액을 세 모녀는 한달치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 4인가족 최저생계비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다. 이들 말고도 이렇게 생활하는 사람이 수두룩할텐데 매번 TV에서는 선진국으로 가려면 GDP 3만불 찍어야한다. 대기업이 활성화되야 한다만 주구장창 떠들고 있고, 그렇게 겉모습만 화려하게 갖춰 앞만 바라보는 정부의 이면에 국민들의 삶은 곤고함에 빠져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
더이상 '나' 개인이 잘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 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최저생계비조차 보장해주지 않으면 누가 국가를 위해서 군대를 가고, 애국을 외칠수 있을까.
정부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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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슬프다.. 세모녀는 마지막 가는 길에도 주인 방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나타내는데....천사가 되었겠지만.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이 무능한 정부와 개인주의자 들에게 분노를 느낍니다
어쩌다 글을 보게되었는데.. 눈물이 핑도네요
다음생애엔 재벌집에서 태어나시길...
다음생에는..부디..평범한 가정에 남들처럼 평범하게 태어나길 기도합니다.. 고인에 명복을 빕니다..
ㅠㅠ
지나가다 보았는데 너무 슬프네요 특히 어머님..
둘째딸은 신용불량자라해도 취업은 가능했을텐데 그나이먹도록 나이든 어머니한테 의지하다니요
이보다 더 안좋은상황에도 열심히 벌려고 노력하는사람들 얼마나 많은데 둘째분은 벌수있어도 안번거라 생각이됩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참 눈물이 나서 더이상 못읽겠네요.부디 하늘에선 행복하게 사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진짜 가여워요ㅜㅜ
좋은곳 가셨기를...
저세상에서 행복하시길.
우연히 보게되어 정말가슴이 먹먹합니다 다음생엔 정말행복하시길 세모녀분들을위해 기원하며 다시한번 저의 작은 행복들에 감사드립니다
근데 이글 밑에 저사진 , . 안어울리네요
이런 사회적 비극이 일어나게 됨에 참 슬프네요.
하지만 글쓴이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네요. 이 비극이 마치 정부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윗 댓글들만 봐도 개인의 문제로 지적하는 사람들에 대해 '나쁘다, 못됬다' 등 감정적 표현이 가득하네요.
여기서 정부가 대체 어떤 무능과 과오를 들어냈나요? 복지 프로그램 수혜 대상인데 조건 미달로 탈락을 시키길 했나요, 아니면 시혜조차 못받도록 했나요.
냉정하게 말해서 세모녀가 정부에 도움도 청하지 않았는데, 복지사가 일일히 집들을 돌아다니며 도움 필요하세요? 물어봐야 하나요?
만약 그렇게 한다면 민간인 사찰이다 뭐다 정부를 비판할 것 아닌가요?
둘째딸 행적도 이해가 안갑니다. 60대 노모는 식당일을 하는데 만화가라는 꿈만 키우고 실제로 가계에 도움이 안되었네요.
정말 절실하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했다면 국가 사회보장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노력이라도 있어야하고, 그 이전에 꿈보다는 생계를 먼저 해결했겠어요.
이래도 정부탓, 저래도 정부탓...
둘째 딸은 뭐했냐고 개인의 탓으로 모는 분들이 보이네요. 저소득층 세대가 최소한의 생활이라고 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정부의 일이고 국민의 우산 역할인 국가가 해야 할 일인 겁니다.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홍보도 더 열심히 해야 했고 알았어도 저소득층 지원 신청이 거부됐을 수도 있죠.
둘째 따님은 출판사에 만화 원고도 내고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그런데 원고료가 19900원 밖에 안됐다 합니다. 19900원을 연봉으로 해도 십오만원이 안돼요.
정부 탓만 한다고요? 세금은 이런 곳에 쓰라고 거두는 겁니다.
전 아직도 인터넷으로 생활이 어렵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족발은 먹으냐고 비웃던 사람들이 끔찍하네요.
건강보험료 산정 과제를 하다가 우연히 들르게 되었습니다.. 정말 슬프네요... 하늘에선 편안하게 배불리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잘 먹이고, 잘 재우면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있지만
저 상황에서는 남들이 하는 생각 하기 어렵습니다.
세 모녀를 탓하는 사람들 있는데..
자살하는 분들 대부분이 그 순간엔 그들만의 사고에 빠져서 그렇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는 희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러니까 자살하지 말자고 하는거죠. 살려봤자 절망만 있다면? 자살을 막을 이유는 없죠.
정말 안타깝습니다. 사회가 선별적 복지를 해 줄 준비가 안돼있는데 논리적으로만 맞다고 선별적 복지를 외치는 정치인과 그들의 말을 수용하는 정부가 밉습니다. 이게 탁상행정이고 우리나라가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강국이라고 외쳐대는 대한민국에서 시스템이 챙기지 못해 결국 세상 밖으로 떠밀려진 고인분들의 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에선 편안하소서.
8천원 주고 산 잉크도 마음이 아프네요
기사를 보니 둘째딸이 그림실력은 분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화 시장이 웹툰쪽으로 변화하는데
비싼 디지털 그림도구들을 갖추기엔 목돈이 없었을테니...
그냥 모든게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가족과 고양이 모두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며 계시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 저 족발 사먹으면서 얼마나 맘을 졸였을까 생각하니 더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사정이 어려운데 비싼 족발을 사먹나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 족발은 저 사람들의 생명을 연장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맛있는 음식, 제대로 된 한 끼는 삶의 의욕을 되살려주기 때문입니다
군대에서 풀반찬만 나온다 생각해보세요 기분이 어떨까요?
음식은 단순한 생명유지 수단이 아닌 사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공유좀 하겠습니다.
괜찮으신지요. 감사합니다.
사회보장법을 공부하다 세모녀사건에 대해 알게되서 봤는데 너무 비통한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당시 그랬을 상황을 이렇게 글로 보니 더 슬퍼지네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학도로서... 열심히 공부해서 얼른 복지 공무원이 되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분들을 빨리 도와주고싶은 마음 뿐입니다.
정권바뀌어도 달라지는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