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에는 차라리 추운 겨울이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 추운 겨울이 되니 불과 몇 달 전, 그때의 무더위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년 여름에는 지금의 추위가 생각나지 않겠지. 2017년의 끝자락에서 유독 깊게 느껴지는 아쉬움은 아직은 어색한 2018년의 시간들에 익숙해지면 금세 잊혀지기 마련이다.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잃지 않기 위해 내일 모임에서는 올 한해 되돌아보기.
어떤 것을 먹든, 어느 곳을 가든 장소와 음식 선정에 대한 불만은 항상 존재한다. 불만의 당사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면 그들은 항상 선택을 회피한다. 선택을 회피한다기보다 선택에 따른 책임을 회피한다는 게 맞겠다. 불만에는 항상 대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는 팀장님의 말씀이 올해 유독 뼈저리게 다가왔다. 또한 그저 사원이었다면 배우지 못할 것들을 팀의 총무를 겸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배운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회식 장소 선정에 스트레스 받는 옆 팀 총무를 보면서, '나는 총무로서 그냥 타고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티스토리와 브런치에 새로운 댓글이 달려있는지 확인을 하곤 한다. 댓글을 남겨 주신 분이 비밀 댓글로 남겨주셔서 공개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금 드는 이 감정을 글로 남기기 위해서 공개하기로 했다. (저 댓글 남겨주신 분께서 공개를 원치 않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내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만큼 값진 일이 있을까. 혹자는 얘기한다. 쉬는 시간까지 할애하면서 몇 시간씩 걸리는 글을 써서 남는게 뭐냐고. 그럴 때마다 요목조목 사례를 들어 참 길게 답변하고 싶지만 늘 똑같이 얘기하는 게 있다.
'안 해 보면 모른다고'
정말 안 해 보면 모른다. 내 티스토리에 글을 보러 오는 분들이 댓글을 자주 남겨 주지 않지만, 이제는 내 글을 많은 분들이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그 느낌 조차 안 들었다.)
'님의 모습을 보고 그 길을 따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 글을 남겼습니다'
이 문장을 보니 2013년에 고려대학교 교내에 붙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생각이 났다. 그 대자보는 초기에는 다른 대학,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 곳곳에 영향을 끼쳐 많은 사람들이 '안녕하지 못하다'고 대답하면서 큰 이슈가 됐다. 누군가가 쏘아올린 질문은 곧 그 질문을 통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 등으로 대답되기 마련이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그랬다. 익숙치 않은 단계에서 익숙한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참 많은 시행 착오가 기다리고 있다. 바인더와 원노트를 비롯한 여러가지 생산성 도구를 쓰면서 나도 그런 시행 착오를 많이 겪어 봤기 때문에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은 내 글을 통해 시행 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남겼던 수 많은 글이 위 사진과 같이 댓글을 남겨주신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깊이 영향을 끼칠 줄이야.
올 겨울의 추위는 일상의 따뜻함으로 조금씩 천천히 녹여지고 있다. 당신의 겨울은 따뜻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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