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네이버 블로그 안해요?
티스토리 블로그를 하고 있다고 하면 많이 묻는 질문이다. 예전에는 어떤 이유에서 안 하게 됐고, 옮기게 되었는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했는데 지금은 간단하게 한 줄로 대답한다. '네이버가 싫어서요' 그래도 누군가 블로그를 시작한다고 하면 티스토리나 브런치보다 역설적으로 네이버부터 시작하기를 권한다. 세 플랫폼을 경험해본 결과에서 나온 대답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네이버 계정이 있다. 그 계정 내에서 블로그만 개설하면 되니 시작도 참 쉽다. 반면 티스토리는 초대장을 받아야하고 브런치는 작가 심사를 받아야한다. 생각보다 이 과정이 번거롭다. 초대장을 받거나 심사에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찾아오는 사람도, 댓글을 다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티스토리를 설명할 때 '섬'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섬에서 한적하니 있으니 경치도 좋고 맛있는 음식도 많은데 그걸 설명해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왕래가 흔치 않은 섬처럼. 그리고 사람들도 댓글을 달고, 글쓴이가 답글을 달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되게 번거롭다.
대학생 때까지는 네이버 블로그를 했었다. 방문자도 꽤 됐었고, 이웃도 많았다. 아마 지금까지 네이버 블로그를 했다면 적어도 이웃이 몇 천명에 방문자가 몇 백만명은 됐을 것 같은데 후회되지는 않는다. 다양한 연령대가 사용하고,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데이터에는 허수가 많다. 티스토리로 옮길 것을 고민한 시간은 짧았는데 네이버 블로그를 삭제할지, 그대로 둘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 (결국 삭제하고 지금 네이버 블로그는 티스토리와 브런치 통로로만 쓰고 있다)
그리고 몇년 후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티스토리를 포기할 것인가 병행할 것인가 고민을 했다. 각자 장단점이 있어 같이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브런치에 집중하겠지만 티스토리도 최대한 신경 쓰자는 생각에 다짐하는 글까지 썼지만 역시 사람은 마음 닿는데로만 쓰게 되더라.
몇 년간 쌓아온 덕분에 쉽게 무너지지 않지만 티스토리는 2017년 1월 3만이 넘는 방문자를 찍고나서 계속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글을 발행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유지가 되고, 글을 열심히 쓰더라도 그렇게 티가 나지 않다보니 지치는 부분도 있었다.
반면 브런치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시작하고 한 달만에 티스토리에 썼던 글을 브런치에 옮겼는데 그 글이 카카오톡 채널에 게시되면서 3만 넘는 방문자가 들어왔고 그 이후로 꽤 긴 시간동안 잠잠했다. 그러다 올해 1월부터 폭발적인 유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방문자가 낮았던 3월 조차 티스토리 방문자에 비해 많이 들어오는 편이었다.
브런치에 쓴 글 랭킹은 <퇴근 후 스타벅스로 출근하다>라는 글이 14만을 넘어 왕좌에 등극했고, 영화 리뷰, 책 리뷰, 카드 후기, 여행 리뷰 등이 줄지어 자리잡았다. 발행한 날짜를 보더라도 올해 썼던 글이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이런 시도도 해보고 있다. 작가를 만나면 리뷰 쓸테니 읽으러 오라고, 브런치주소가 적힌 명함 건네는 시도였다. 첫번째 주자는 책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출간한 요조였는데 답신을 받았다.
리뷰 글도 3만명이 넘게 들어오면서 반응이 뜨거웠다. 이쯤되면 티스토리를 놓고 브런치에 집중할법한데 네이버 때와는 다르게 아쉬움이 걸린다. 방문자와 같은 데이터로 나타나지 않지만 여전히 티스토리를 찾아주는 분들이 많고 나 또한 예전에 썼던 내 글을 보면서 도움을 받거나, 내가 이런 글을 썼어? 놀라면서 재밌게 읽기도 한다. 앞으로도 주로 글을 발행하는 플랫폼은 브런치가 되겠지만 티스토리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의 역할을 좀 더 찾아보고 싶다. 브런치 작가라는 호칭도 좋지만, 티스토리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을 운영하는 모닥불님이 더 편안하다.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을 만날 때도 항상 모닥불님이라고 불러주는 그 느낌이 더 따뜻하다. 카카오 브런치와 티스토리, 그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는 아마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
내 명함에도 여전히 브런치와 티스토리가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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