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오네모

글 작성자: Yongma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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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쩍 한국영화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여름 시즌은 외국영화나 장르로 국한하면 블록 버스터 작품들이 흥행하기 마련인데 이번 년도만큼은 암살로 시작해 현재 질주, 아니 독주를 달리고 있는 베테랑까지 그 여파가 무섭다. 두 작품을 모두 봤던 필자로써 두 작품을 논하자면 그저 관객몰이에 그치던 이전 한국 영화와 달리 이제는 작품성까지 꽤 신경썼다는 점을 알 수 있다.마침 괜찮은 작품이 하나 더 나왔다. 안국진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제목이야 모두가 아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왔다고 한다. 박찬욱 감독이 시나리오를 보고 극찬을 했었다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신기하게 그의 작품과도 얼핏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총 예산이 2억 정도 들어간 저예산 영화다보니까 일단 머니파워가 없다고 해야할까. 엊그제 개봉했는데 상영관이 정말 없다. 겨우겨우 찾다 CGV 오리에서 14:50에 영화 관람에 이어 엔딩 크레딧 이후 큐레이터의 영화 해설까지 진행되는 이전과는 다른 다소 새로운 방식의 영화를 보고왔다.


일단 영화를 평하자면 잘 빠졌다.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엉뚱하고(?), 전체적으로 힘이 빠지긴 하나 나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 구성이 참 맘에 든다. 특히 이정현을 수남 역으로 배정했던 건 굿 초이스. 남편 연기도 좋았고 전체적인 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영화가 끝나고 큐레이터분께서 했던 말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게 몇개 있었다.


극 중 수남(이정현)은 빚을 갚기 위해 하루에 투잡은 베이스로 깔고 그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분야의 달인이 되어간다. 이 부분은 SBS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모티브를 따왔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면 제작진이 촬영을 끝마칠 때쯤 달인들에게 앞으로 꿈이 어떤거냐고 물을 때 달인들은 한결같이 "이 업만큼은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싫다. 내 집 하나 장만해서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


한 분야의 달인이나 대가들도 그 분야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평범한 우리들은 오죽할까.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성실이 인정받는 세상은 지났다. 세상이 거꾸로 뒤집혔듯이, 성실이 아닌 실성해야 인정받는 세상이 돼버렸다. 또한 더 이상 현실적인 면에서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이렇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작품 속의 비현실적인 모습들에서 우리는 공감을 얻고 있다. 


암살과 베테랑은 그냥 재밌었다면 이 작품만큼은 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데 그 영화제가 열린 기간에 전주에 있었는데 그때 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쨌든 오랜만에 훌륭한 작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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