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21일에 개봉을 하고, 그로부터 10년 후 같은 날에 리마스터링 버젼으로 다시 재개봉했다. 처음 세상에 이 작품이 나왔을 때는 미성년자라 볼 수 없었고 그 다음 재개봉했을 때 못 봤던 건 내 인생의 크나큰 실수다. 극장가서 꼭 봤어야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가득하다.
이 작품이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했을 때 판권을 구입했던 할리우드에서 올드보이 리메이크 버전으로 개봉을 했다. 두 작품을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미국판도 뭐,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겠으나 아쉽게도 리메이크 판은 원작과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함정이 있다. 사실 올드보이(2003)는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더 큰 매니아 층을 갖고 있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영화를 논할 땐 딱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김기덕 감독, 두 번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올드보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같은 경우는 첫 번째에 언급했던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기에 어떻게 보면 세 가지 키워드가 아니라 딱 두 가지 키워드라고 말할 수 있다.
어쨌든 올드보이는 유교를 기반으로 하는 동양 문화의 정서상, 우리나라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오죽하면 영화를 처음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근친상간이라는 무거운 주제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도중에 나간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는 호불호가 강하게 엇갈리는 반면 외국에서는 호평 일색의 일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그 반응이 이해가 가질 않았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더불어 사는 삶을 중요시하는 동양권의 문화보다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서양에서는 극중 오대수(최민식)의 '가벼운 말 한 마디'가 이우진(유지태)에게는 인생을 걸 정도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 있어서 우리보다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분에 일본 원작만화를 단돈 2만 달러에 구입해온 올드보이 판권이 할리우드에는 100배가 넘는 가격으로 역수출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 그 이후로 일본 내에서는 한국으로 판매되는 판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극 중 여배우는 강혜정과 윤진서, 둘로 간추릴 수 있는데 이 영화를 찍을 당시에 둘의 나이는 20대 초반이었다. 이제 막 데뷔한 나이에 노출씬이 있는 영화작품에 출연한다는 건 여배우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크나큰 도박이다. (물론 강혜정은 97년 데뷔 후, 이 작품을 찍기 전에도 왕성한 활동을 했으나 그렇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윤진서는 2001년 데뷔.)
결국 그 도박은 크게 성공을 했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두 여배우는 올드보이만한 필모그라피가 없는 걸 보면 아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윤진서는 최근 찍었던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발연기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 올드보이를 접했을 땐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윤진서 정도만 알았다면 이제는 위 사진에 있는 배우들을 모두 아는 정도가 돼버렸다. 앞으로 이만한 작품이 나올수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복수 3부작을 제외하고는 내가 원하는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서 매번 아쉬움을 자아냈으나 아직 그의 영화 인생은 길다.
그리고 예전 영화를 보면 볼수록 참 신기한 현상이 하나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2~3년만 흘러도 의상이며 헤어스타일, 배경들이 촌스러워지기 마련인데 명작들은 대개 그런 느낌들이 없다. 아직 왜 그런지는 찾아내지는 못했고, 아마 앞으로 10년이 지난 후에 이 작품을 보더라도 그 이유를 찾아내지 못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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