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억할게요 ─ "이야기해주세요"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건 참 슬픈 일이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ebs 스페이스 공감은 주5회 공연에서 주2회로, PD는 3명에서 2명으로 줄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소식을 듣고, 그 곳을 거쳐온 많은 뮤지션들과 항상 귀 기울여주고 있는 팬들이 스페이스 공감을 지켜달라고 힘을 모았다. 그들의 '목소리'가 ebs측에 전해진 걸까. 다행히 말도 안되는 축소개편은 진행되지 않았고 나쁘지 않은 주4회 공연에, PD는 2명 + 프리랜서PD 1명으로 결론이 났다. 만약 그대로 축소개편이 돼버렸다면, 아마 스페이스 공감도 우리들 기억속에 서서히 사라졌을 것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6시 30분부터 종소리와 함께 티켓 배부가 시작되었고 운이 좋게 맨 가운데 세번째줄쯤 앉아서 뮤지션들을 볼 수 있었다.
맨 뒤에 앉아도 무대와 가까운게 EBS 스페이스 공감만의 매력. (어느 자리에서나 무대가 잘 보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작년 권순관 편 공연을 본 이후로 스페이스 공감에 두번째 방문이었다. 신기하게도 마침 1000회 특집이었다. 몇년 전쯤 개콘 방청에도 당첨이 되서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도 600회 특집인걸 보면 특집 전문인가보다. :-)
오늘 특집공연의 주제는 다음 한줄로 요약된다.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을 기리고,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이 시대의 여성을 위로하는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해주세요』 이 주제를 기반으로 아마 추측컨데 (오늘 가수들이 얘기한 바로 봐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송은지씨가 주축이 되어 다양한 여성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음반을 제작한 것처럼 보인다. 벌써 두번째 앨범이나 나올 정도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 오늘 공연에 가기전까지 잘 몰랐었다. 그만큼 언론매체에 잘 띄지않고 정말 아는 사람 또는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 선에서만 그들의 이야기가 머물러있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일반 공연이었다면 한곡, 두곡 부를때마다 점점 흥겨워지고 신났겠지만 오늘 공연은 본의 아니게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송은지씨나 연진씨 등등의 뮤지션들이 계속 가볍게 들으시라고 무거울 필요 없다고 언급했지만 그래서 더 엄숙했던 것 같다. 특히 마지막 곡이었던 '나와 우리의 이야기' - 로터스 프로젝트 (with Song Breeze) 는 가사가 참 슬프다. :-(
오늘의 1000회 특집은 스페이스 공감다웠다. 일반 음악프로그램이었다면 특별 게스트 또는 색다른 무대를 준비해 관객들을 더 흥겹게 해주었을테지만 오늘 공연은 단순히 관객들을 더 흥겹게 해주기보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억해달라는 그들의 외침은 아니었는지...
P.S.
익히 들어본 가수들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본적은 없던 많은 가수들이 출연했다. 송은지, 호란, 강허달림, 연진, 시와, 소이, 투스토리, 로터스프로젝트 外
그들을 짤막하게 이야기 하자면..
송은지 -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알고 있었으나 멤버까진 몰랐는데 그 멤버 중 한명. 요조와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같이 참여했던 앨범 참 좋아했는데 다시 안 합치려나.
호란 - 한 곡밖에 부르지 않아서 오래 보진 못했지만 그나마 가장 잘 아는 얼굴이 아닐까. 그래서 딱히 언급할 것도 없다.
강허달림 - 노래 시작전 자신의 노래가 이 앨범, 1.2집 통틀어서 가장 흥겨울거라고 ㅋㅋㅋ 정말 흥겨웠고 목소리가 참 쩌렁쩌렁하시다.
연진 - 뭔가 되게 귀여우시다. 외모나 옷차림도 그렇고 말하시는게 좀 4차원적이셨다. 역시나 송은지씨처럼 라이너스의 담요는 알고 있었지만 그 멤버 연진씨는 몰랐다. :-( 앞으로 노래 자주자주 들을 듯.
시와 - 이아립씨 공연을 자주 찾아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등장하는 시와. 작년 수상한 커튼 공연 당첨됐을 때도 같이 출연하던 시와. ( 공연에 가진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익숙했지만 처음 봤다. 별다른 멘트 없이 내려가셔서 아쉽다. 말이 많이 없으신듯??
소이 - 80년생이면 어휴. 아직 20대같은 외모. 라즈베리필드의 1인그룹이기도 한 소이. 오늘은 라즈베리필드가 아닌 '소이'로 참여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자꾸 쏘이라고 하시는 거 보고 외모뿐만 아니라 말투도 어리게 사시는구나라는 생각이.ㅋㅋㅋ
투스토리 - 무엇보다 노래 제목이 기억에 남는다. '도사리 카페' 도사리가 지명 이름이 아닌 순 우리말로 '다 익지 못한 채로 떨어진 과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타이틀곡다운 제목이었다. 노래도 참 잘 부르신다.
로터스프로젝트 - 따로 네이버에 프로필이 기재되있질 않아서 정식멤버는 모르겠지만 김연수씨. 위에서 말했지만 노래 참 슬프게 잘 부르신다.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을 후벼 파는 느낌.
방청객들에게 나눠주었던 팜플렛에 '잔잔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거대한 울림이 피어오를 것이다'라는 설명이 있다. 사연응모를 할때 '울림'이라는 단어를 써서 어필을 했는데 아마 그 부분과 의미가 일맥상통해서 당첨되었던 것 같다.
공연 중간에 틀어주었던 지식채널 e, 꽃을 사랑하는 심달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2015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영화 '귀향'의 첫 번째 프리퀄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나와 우리의 이야기'라는 영화 OST 곡과 함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돼 있다.
※ 네이버 블로그 했을 때 올렸던 포스트였는데 그때 우연히 이 날 공연했던 가수 한분께서 오셔서 글을 남겨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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