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만지다가 우연히 올레 멤버십 어플에 들어갔는데, 회원등급이 VIP가 돼있었다. 그래서 바뀐 혜택들을 찾아보니 연12회 영화관람/스타벅스 커피 무료 혜택이 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냉큼 그동안 보고 싶었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보고 왔다. 2인 기준으로 멤버십 포인트 9000점 차감, 현금 7500원을 지불하고 영화 티켓을 얻을 수 있었는데 사실 그동안 올레 멤버십은 편의점 말고는 딱히 쓸만한 곳이 없어서 골칫덩어리였는데 이번 해부터는 영화보는데 오롯이 투자해봐야겠다.
영화는 120분 이상의 런닝타임을 갖는 일반 영화와는 달리 86분의 다소 짧은 런닝타임으로 제작되었다. 첫 장면은 할머니가 눈으로 뒤덮인 산기슭에 어느 무덤가에서 펑펑 우는 장면으로 시작되면서 이내 곱게 한복을 입은 노부부가 마당을 쓸고 있는 장면으로 바뀐다. 낙엽을 쓸어내리는 것이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자기가 다 쓸테니 쉬라고 할머니를 배려해주는 장면에서부터 따뜻함이 느껴졌다.
<줄거리>
우리는 76년째 연인입니다.
89세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 98세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
이들은 어딜 가든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이다.
봄에는 꽃을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엔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가을엔 낙엽을 던지며 장난을 치고, 겨울에는 눈싸움을 하는 매일이 신혼 같은 백발의 노부부.
장성한 자녀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던 강아지 ‘꼬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꼬마를 묻고 함께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할아버지의 기력은 점점 약해져 가는데…
비가 내리는 마당, 점점 더 잦아지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를 듣던 할머니는 친구를 잃고 홀로 남은 강아지를 바라보며 머지 않아 다가올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한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노부부는 매번 곱디 곱은 한복을 입고 나오시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든다.
할아버지, 어디 가지 마시고 나 화장실 가있는동안 무섭지 않게 노래좀 불러주시오.
할머니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춰보라는 말씀에 할아버지는 로맨티스트답게 이리저리 장단맞춰 몸도 흔들어주신다. 황혼이혼이 점점 늘어나는 요즘 세대에 이렇게 로맨티스트 신혼부부 같은 노부부가 어디 또 있을까.
하지만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는 밤이 깊어가면 깊을수록 더욱 깊어졌다. 매번 가래를 토하시고 가슴이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조금씩 이별의 준비를 한다. 할아버지는 잠자기 전에 할머니의 살곁이 손에 닿아야 이내 잠이 든다고 하신다.
겨울이 되면 눈사람도 만들고 차가워진 손을 호호 불어주는 로맨티스트 할아버지.
영화는 종반부로 치닫을수록 할아버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장농 속에 오랫동안 보관해둔 한복 꾸러미들을 꺼내면서 아궁이에 태우시는 할머니.
"한번에 태우면 무거워서 못 입어, 조금씩 태워줘야 할아버지 저승가시면 그 옷 입고 우리 자식들 만나러 가지."
(할머니는 총 12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그 중 6명은 전쟁통과 가난통으로 잃었다고 한다.)
병원도 찾아가보지만 98세의 나이가 나이인만큼 더 이상 약발은 안먹일것이고 편히 보내주시라고..
보통의 상업영화였으면 슬픈 부분을 극대화시켜 사람의 감정을 억지로라도 동요시키게 만들었을텐데, 이 영화는 그런 장면들을 철저히 배제시켰다. 그저 있는 그대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부부의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재밌지만 눈물이 나온다는게 이런 걸까, 영화 보는 내내 나의 노년이 저랬으면, 두 손 꼭 잡고 이리저리 다니시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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