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Her, 2013) / 드라마, 멜로, 로맨스 / 2014.5.22 / 126분 / 미국 / 청소년 관람불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작년이었던 것 같다. 한창 멜로 영화에 빠져서 몰아보던 때가 말이다. 사람을 웃기기만 할 줄 알았던 짐캐리, 그의 <이터널 선샤인>에서의 연기를 보고 마치 무엇에 홀린듯이 그 이후로 연달아 <8월의 크리스마스>, <500일의 썸머>, <시작은 키스>, <Closer>, <러브레터>,<로맨틱 홀리데이> 등을 감상했다. 대체로 그런 영화 들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탓에 지루할 때도 있어서 나도 모르게 하품을 내뱉은 적도 있었지만 각각의 영화가 주는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감명깊게 봤던 영화 중 하나였던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그렇게 멜로 영화를 소용돌이가 몰아치듯 감상한 후, 한동안은 멜로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가 내 삶에서 멀어졌었다. 그 멀어지는 기간동안 졸업을 한 탓에 한가로이 자유롭던 '학생'이라는 신분을 박탈당하고 여유를 잃은 탓일까. 아니면 딱히 끌리는 영화가 없던 탓일까, 전자가 후자가 됐든 아니면 모든 이유가 그렇든 멀어졌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했다.
내가 멀어져 있던 동안에 영화계에는 좀처럼 넘기 힘들었던 800만 이상의 관객들을 이끌어낸 영화들이 쏟아졌었다. 내 주변에도 영화라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도 그런 영화가 개봉하니 하나 둘씩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었다. 혹자는 그런 영화들이 재밌었다고 또 다른 혹자는 재미 없다고 말했지만 이미 영화에 흥미를 잃은 탓에 그런 재미의 유무가 내 발걸음을 영화관으로 옮기게 해주진 않았다.
영화 속 그의 표정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자신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 무미건조함을 느끼던 나에게 올해 5월에 개봉했던 영화 her(그녀)의 포스터 속 호아킨 피닉스의 모습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가장 단순한 주인공의 단독컷인데, 영화를 다 보고 와서 지금 이 리뷰를 쓰며 다시 보게 된 포스터 속 그의 모습은 영화 시작과 끝의 상황에서 그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기술을 급속도로 발전하는데 그런 기술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반대로 더 씁쓸해지고 외로워지는 사람들, 이제는 사람과 사람 간에 위로받지 못한 마음을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컴퓨터 속 그녀와의 러브스토리였지만 이 이야기가 단순히 허구라고 단정짓기엔 어쩌면 머지 않아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 되어있지 않을까.
원래 사만다 역할은 스칼렛 요한슨이 아닌 사만다 모튼이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목소리로 촬영을 이미 마쳤지만 감독 스파이크 존즈는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엎고 스칼렛 요한슨으로 배우를 교체했다고, 그 후 그녀는 제8회 로마 국제영화제에서 '목소리'만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다. 그리고 감독은 원래 사만다 역할이었던 사만다 모튼을 위해 그녀의 이름을 본따 여주인공의 이름을 '사만다'로 정했다고...
고층 빌딩과 지하철 씬은 중국 상하이에서 촬영을 했는데, 지하철 같은 경우 사진에서 보듯이 승객들이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음악, 영상, 연기 그리고 스토리까지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오랜만에 흡족한 기분이 드는 그런 영화였다.
어떻게 이런 각본을 생각해냈는지, 그리고 영화로 만들었는지 감독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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