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오네모

글 작성자: Yongma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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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이 책을 덮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 '참 좋다.'  

흔히 책이라는게 아무리 좋다고 할지라도 단방향 통신에 불과한데, 인터뷰어가 자그만치 50시간동안 우리 독자들을 대신해서 강신주에게 궁금했던 것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물어봐주니까 그동안 쌓였던 체증이 내려간 느낌이다. 강신주 박사의 저서를 1권 읽든 10권을 읽든 내용은 다를지라도 결국 결론은 같다.


맨얼굴로 살아라.


옳은 것은 옳은 것이라 말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라. 이 한 문장에 정말 모든 진리가 담겨있다.


그리고 '인터뷰어'라는 직업이 있는지 몰랐는데 신기하다. 그리고 지승호라는 인터뷰어도 내공이 참 깊다. 내가 만약 강신주를 상대로 이렇게 인터뷰할 기회가 생긴다면 과연 몇시간이나 떠들 수 있을까. 내가 먼저 힘들어서 그만하자고 했을 것 같은데, 새벽까지 컵라면 먹어가면서 이렇게 우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구나.

 

※ 아래 글상자부터는 책에서 감명깊게 읽은 부분이랑 괄호안에 내 생각을 정리.

 

 

 

강신주는 철학자들의 책을 읽을 때 그 책이 우리를 자꾸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그것이 우리가 보지 않으려고 했던 삶과 느낌, 감정을 자꾸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편하면 편한대로 상황에 익숙해지고, 불편하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것 같다.) 
 
 요즘 나오는 힐링책들이나 위로의 인문학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인문정신은 자신만의 제스처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

(누가 나를 위로해주냐, 아니면 내가 나를 일으켜세우느냐의 차이)

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으면 내용이 달라지잖아요? 그건 내가 지금 공감하는 부분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는거에요.

(어렸을 때 아무생각 없이 읽고 작년에 다시 읽었던 어린왕자가 그랬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우리 아버지한테서 그만큼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있는 빛과 그림자가 다 보여야 되는거에요. 나에게 각별한 아버지면 아직 독립을 못한거에요. 좋은 것만 보는거겠죠. 어머니의 추한 모습, 다른 사람보다 못난 모습까지 보여야 해요. 그런 빛과 그림자가 보일 때 독립하는거라고요. 어른이 되는거에요. 그런데 그걸 안해요. 그래서 부모가 죽는것이 더 나빠요. 판타지를 자극해서 아버지를 날조한다고요.

바닥까지 봐야해요. 봐야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건 내가 힘이 있다는 거에요. 꼬맹이 때는 아버지가 자기를 때려도 그렇게 안 봐요. 부모의 빛과 그림자가 보일 때 어른 대 어른으로 관계를 맺는거에요. 그런데 그게 또 힘든게 한편으로는 우리 부모님들이 대부분 어린애거든요. 지금 저희 어머니가 제게는 딸 같은 존재에요. 제가 아버지죠. 어머니도 저한테 의지하시는거에요. 제가 어른이니까.

(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건데, 요새 들어 이해하는 거 보면 어느덧 나도 독립의 기로에 서있는 나이가 된 듯.)
 
언어의 고통 이전에 삶의 고통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삶의 고통은 자유로운 사람만 느껴요
 
(천재라고 불리우는 작가중에 행복한 사람은 없다. 불행이 깊으면 깊을수록 수작이 나온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사랑 받으려면 자기의 감정을 표현해야 해요.자기 감정을 표현했을 때 상대가 자기를 미워할 수 있어요.
그러면 빨리 그 인간을 정리해야하는 거에요. (중략) 그러니까 무조건 시험을 한번 해봐야 해요.

(이게 참 어려움. 꼭 고쳐야할 문제)
 
 내가 판단했을 때 이건 해서는 안 돼, 이런 느낌이 드는 것들을 많이 해봐야 해요. 누굴 사랑하면 안될 것 같아.
이 판단 속에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거에요. 악인 것 같다 싶으면 확 질러버리는 거에요. 진짜 악일 수도 있어요.
그러면 나중에 처절하게 배우는거죠. 그렇게 인격적인 동일성을 갖춰야 돼요.

(가끔 내 자신이 청개구리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 말이 딱 맞다. 그 청개구리가 악이라고 느껴지는건데 그게 악인지, 악같은 선인지 해보기 전에 절대 모른다. 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악'이라고 추측할뿐.)
 
재벌 아들과 가난한 집 아이가 같이 만나는게 여행이에요. (중략)  돈  가지고 처바르기 시작하면 계급이 나오는 거죠. 돈 있는 만큼 편하겠지만 대신 제대로 기억에 안 남을거에요. 호텔만 기억나고 호텔의 욕조가 좋았다. 전망이 좋았다. 이런 것만. 그러면 인터넷 상에서 지도 보고 사진 둘러보는 여행과 똑같은 거에요. 그러려면 집에서 편안하게 여행하는 편이 낫죠.

(관광을 다니지말고, 여행을 많이 다니자. 이거 보니까 내일로 또 가고싶다.)
 

 맨얼굴을 보여줬을 때 도망 갈 사람이라면 도망가게 내버려둬야 해요. 같이 있으면 안돼요. 내 맨얼굴을 싫어하는데 이렇게 만나요? 못 만나지.가면을 벗어야 상대방을 알아요. 가면을 한번만 벗으면 돼요.  우리는 가면을 벗으면 가면 쓴 모습이나마 좋아해주던 사람마저 없어질 것 같다고 두려워 해요.  그런데 안 그래요. 새롭게 재편되는 것일 따름이에요.
 
 가면을 벗으면 내 가면을 싫어하던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 수 있다는 것도 모르고, 좋아했던 사람이 없어지리라는 생각만해요. 그래서 무서워하는거에요. 패를 다 까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랑 있는 편이 낫죠. 그게 더 건강한거니까

(건강한 사람.)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국내도서
저자 : 강신주,지승호
출판 : 시대의창 201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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