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도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8시간 넘게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으니 눈이 뻑뻑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까닭에 피곤함도 일찍 찾아왔고 집에 오기만 하면 그냥 뻗어버린다. 그래도 사놓고 박아놓은 책들이 너무 많아 하나씩 천천히 읽기로 했다. 연거푸 두 권을 읽었던 것과 달리 故 장영희 교수님의 첫 번째 에세이, 내 생애 단 한번은 가장 먼저 출간되었음에도 가장 늦게 읽었다. 책의 맨 뒤에 적힌 故 박완서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핸디캡을 숨기려고도, 그렇다고 과장 나게 드러내려고도 하지 않는 성숙함에서 오래된 문학의 향취가 배어난다. 이 말에서 그 성숙하다는 표현이 정확하게 떨어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소설이 아닌 수필집이다 보니 아무래도 겹치는 내용이 많다. 무심히 흘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읽고 있는 것은 그녀만이 따뜻함이 배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세 권의 에세이는 다 읽었고 이제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한 번 접해봐야겠다. 주변 사람들 말로는 참 어려운 책이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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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 깊은 구절 >
"사랑을 받기보다는 주는 사람이 되라. 그리고 이왕 주는 사랑이라면 타산적이고 쩨쩨하지 않게 '제대로' 된 사랑을 주라" P.28
짝사랑이야 말로 성숙의 첩경이고 사랑 연습의 으뜸이다. 학문의 길도 어쩌면 외롭고 고달픈 짝사랑의 길이다. 안타깝게 두드리며 파헤쳐도 대답 없는 벽 앞에서 끝없는 좌절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는 자만이 마침내 그 벽을 허물고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승리자가 된다. P.35
영겁의 시간속에 비하면 우리 한평생 칠, 팔십 정도는 눈 깜짝할 시간이다. 좋은 마음으로 좋은 말만하고 살아도 아까운 세월인데, 우리는 타고난 재주로 이리저리 시간 쪼개어 미워할 시간, 시기할 시간, 불신할 시간, 아픔 줄 시간을 따로 마련하면서 산다. P.52
사람 사는게 엎어치나 뒤치나 마찬가지고, '나', '너', '남', '놈'도 따지고 보면 다 그저 받침 하나, 점 하나 차이일뿐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악착같이 '나'와 '남' 사이에 깊은 골을 파놓고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P.73
어쩌면 우리 삶 자체가 시험인지 모른다. 우리 모두 삶이라는 시험지를 앞에 두고 정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것은 용기의 시험이고, 인내와 사랑의 시험이다. 그리고 어떻게 시험을 보고 얼마만큼의 성적을 내는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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