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싫다. 그렇다고 서울을 벗어난 곳에서 사는 건 더 싫다. 이게 무슨 말일까 싶지만 아마 이 글을 읽는 서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 거다. 서울은 표정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표정이 없다. 왜 표정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래야만 편하게 잊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하나하나 느끼고 살기엔 너무 빨리 지나가고 모든 걸 보고 지나가기엔 나만 뒤처져 있다. 도시의 속도가 버거울 땐 자연을 떠올린다. 유유자적 서핑을 타는 양양, 언제든 반갑게 맞아주는 제주. 잠시 속도를 늦추고 싶을 때 다녀왔던 곳의 추억을 떠올리고 아직 가보지 못해 지도에 저장해 둔 지역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으면 잠시나마 버거운 마음을 달랠 수 있다. 빠른 걸음을 더 빠르게 도와주는 무빙워크는 서울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