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쯤이면 내 플레이 리스트는 한번씩 물갈이를 한다. 그 중에는 몇 년째 듣고 있는 노래가 있는 반면, 또 어떤 노래는 금세 지워지고 자취를 감춰버린다. 후자의 대부분은 내가 끌려서 들었다기보다 궁금증에 들어본 노래가 대다수다. 호기심의 주체가 가수가 아닌 노래에 치우친다면 금방 질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페이퍼컷 프로젝트, 오늘 소개할 그룹은 노래보단 그룹에 관심이 먼저 갔었다. 내 노래 취향은 보통 여자 보컬을 앞세운 인디밴드나 싱어송라이터 정도인데 남자 보컬을 내세운 인디밴드라니 아직도 처음 이 그룹을 알게됐을 때 왜 끌렸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 가수들을 좋아하게 된 8할은 보컬 고창인씨의 역할이 크다. 고창인씨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마치 어반자카파의 조현아씨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과 상당히 비슷하다. 음악의 멜로디가 좋다보면 자연스레 끌리기 마련인데, 내겐 보컬 자체만으로 끌리는 건 흔치 않다.
2012년, <PASS ME NOT>라는 3곡이 담긴 싱글앨범을 발매하면서 데뷔한 페이퍼컷 프로젝트는 3인조 남성그룹이다. 특히 김두현씨는 까혼이라는 다소 생소한 악기를 다루는 멤버인데 이게 참 노래에 생기를 불어 넣어다준다. 그래서인지 보컬의 목소리가 한껏 잘 버무러져 노래가 통통 튀는 느낌이 있다.
또한 보컬 고창인씨는 두 그룹의 보컬로 활동중인데 나머지 하나는 '슈가볼'이라는 그룹. 슈가볼과 페이퍼컷 프로젝트. 노래 스타일이 뭔가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어쨌든 두 그룹 다 노래가 좋다.) 그리고 기타를 치는 유경표, 까혼을 담당하는 김두현씨도 페이퍼컷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소울라이츠라는 그룹에서도 활동하는데 유경표씨는 그룹에서 탈퇴했고 김두현씨는 드러머로 여전히 소울라이츠의 일원이다. 아무래도 인디그룹 특성상 멤버들의 영입,탈퇴가 잦은 편이다.
페이퍼컷 프로젝트의 1집 <불공정 연애>는 총 11곡이 수록되어있는데 3,4번 트랙의 더블 타이틀을 기점으로 모든 노래들이 다 좋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마지막 트랙인 봉인해제의 밤. 그 다음이 설레발이다. 보통 앨범 하나를 발매하면 대중가수더라도 노래의 호불호가 극명히 엇갈리는 편인데 페이퍼컷은 대체로 비슷한 평가를 얻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밴드다 보니 방송이나 공연장에서의 영상이 많진 않다. 그래도 몇몇 팬들의 찍캠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긴하다.
봉인해제의 밤, 19금의 느낌이 물씬 늘면서도 그 상황을 참 귀엽게 표현한 노래.
페이퍼컷 프로젝트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 이런 스타일의 노래가 아닐까.
시간이 지난 우리도. 고창인씨의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다.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얼굴, 참 통통 튀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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