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오네모

글 작성자: Yongma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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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심희섭), 승준(안재홍), 민욱(김창환)은 고교시절 단짝 3인방이었으나 졸업 후 1년이 지난 지금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영원히 같이 갈 친구라고 생각했으나 상원은 대학생이 되었고 승준은 재수생, 민욱은 군인이 되어 처지가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도 흔히 그렇지 않은가, 내가 멀어지려고 한 것도 아닌데 각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기도 하고 친했던 사람과의 관계가 소멸되기도 한다. 그래도 한때 친했던 친구로서 상원과 승준은 IMF 여파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군대에 자원입대하게 된 민욱을 만나러 강원도 철원으로 떠난다.   





승준은 가는 내내, 포트폴리오를 만든답시고 차를 세워 연신 셔터를 누른다. 상원은 그 모습을 보고 빨리 면회 가자고 재촉하지만 승준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에스더라고 불리우는 민욱의 여자친구가 이별편지를 승준에게 건네줬던 것이다. 원래 같이 면회가기로 했으나 이미 마음을 접은 그녀는 승준에게 이별편지를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면회외박을 하자마자 군장점부터 다녀오는 민욱, 순간 내가 군인 신분일 때 휴가 나오던 모습이 생각났다. 뒤돌아보면 별 거 아니였는데 그 당시 군장점 들어가는 순간부터 뭘 그리 설레였는지 내가 느꼈던 감정을 민욱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두 친구는 그런 민욱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민욱은 군대도 아직 안 온 니들이 뭘 알겠어?하는 표정이다.



외박에 술이 빠질 수 있을까. 한때 단짝 3인방이었던 그들은 저녁식사로 삼겹살을 배불리 먹는다.




화장실 가는 길에 상원은 아직 이별 통보를 전달받지 못한 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민욱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민욱은 수화기만 붙잡고 있다. 상원과 승준은 마음이 무겁기만하다. 안 그래도 힘들 민욱에게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더 큰 짐을 얹는건지 잘 알기 때문이다.



부대 내에선 리모콘이라고 쥐어본 적 없는 민욱, 외박을 나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여관방에서는 막상 보고 싶은 채널도 없는데 연신 리모콘 버튼만 누른다. 별 거 아닌 이런 행동들이 계급사회라는 명분 하에 하나하나 통제받는 군대에서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상원이 술을 사러 잠시 밖에 나갔다가 소위 다방 '레지'라 불리우는 미연(김꽃비)을 만나게 된다. 이 동네와 어울리지 않게 곱게 생긴 상원을 보고 미연은 조금 있다가 친구들 데리고 자신이 일하는 '서울다방'으로 놀러오라고 한다.



족구왕에서 연기를 맛깔나게 해주신 다방언니? (극중 이름이 없다. 실제 이름은 황미영)도 출연한다. 미연을 보러 찾아왔는데 그녀는 다방에 없었다.




그만 나가려고 하자, 그때 마침 미연이 등장한다. (배우 김꽃비씨는 웃는게 참 예쁜 배우다.)




그녀의 합류로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 테이블, 우리가 흔히 대학생때 했던 게임들로 시간을 보낸다.




화장실 가는 길에 잠시, 공중전화에서 에스더가 남긴 메세지를 들은 승준,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잔뜩 취한 채 민욱과 상원은 숙소로 향한다.



만취한 민욱을 뒤로하고 상원은 지금 현금이 없어서 내일 뽑아주겠다고하자 미연은 카드 주면 알아서 뽑아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밤을 같이 보내자고 한다. 





민욱을 보러 온 애초의 취지와 무색하게 상원은 미연과 하룻밤을 보낸다. 민욱과 승준이를 뒤로한 채.




아침이 밝자 승준의 카메라를 찾기 위해 지나왔던 길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그 어디에도 카메라는 없다.



군대에 있으면 가장 먹고 싶었던 치킨.



라면.




탕수육을 원없이 먹는다



그리고 상원은 지난 밤 미연에게 건네줬던 카드를 받으러 서울 다방으로 다시 찾아왔다.




다방 사장은 술 값 40만원에 하룻밤 8만원 더해서 48만원을 결제해야하는데 카드엔 40만원뿐이라고 상원을 훑어보다가 돈 대신 반지가 걸려있는 목걸이를 달라고 한다.




부모님이 주신 거라 그럴수 없다고하자, 서울 가기 싫으냐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결국 목걸이를 잃게 된 상원



가진 돈 전부를 탕진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부대에 들어가기 전 민욱은 승준에게 차 한번 몰아보겠다며 차키를 달라고 한다.



그렇게 민욱이가 차를 몰고 있는 사이에, 상원은 승준에게 이별편지 언제 건네줄 거냐며 전달 받았으면 받은 사람이 제대로 마무리하라고 화를 낸다. 그런 상원에게 승준은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며 신경 쓰지말라며 둘은 옥신각신한다.





그 사이 차를 끌고 올라온 민욱, 싸우지 말고 이제 돌아가자고 말한다.



드디어 민욱의 부대 앞.



민욱은 별 말 없이 조용히 부대로 돌아간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기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지금 상태로는 서울도 못 가는데 지난 밤 다방에서 노느라 돈도 다 날렸다. 심각하기만 하다.



민욱에게 건네지 못한 이별편지를 만져보는 상원, 그 곳엔 민욱이가 넣어둔 만원이 있었다.



#1


사람들은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지, 잃기 위해서 행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1999년, 면회 속 등장인물들은 무엇을 얻는 댓가에 상응한 '어떤 것'을 잃고 있었다. 군번은 얻었지만 여자친구를 잃은 민욱,  대학과 첫 경험을 얻었지만 좋아하는 여자와의 하룻 밤이 사실 그녀에겐 돈이 댓가였던 상원, 친구를 배신하고 여자친구를 얻었지만, 배신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해왔던 승준은 예전의 우정을 잃었다.


#2


대학 입학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누르는 승준의 카메라는 민욱에게 판도라의 상자였다. 카메라 속 사진을 보고 이별과 친구의 배신을 알게 된 민욱은 그 카메라를 버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럼에도 민욱은 부대 복귀하기 전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침울해하는 승준에게 다음에 돈 많이 벌면 카메라 꼭 한대 사준다며 약속을 한다. 참 속이 깊은 친구다.


#3


독립영화 특유의 분위기와 극중 배우들의 연기가 참 신선하다. 제작비 100억을 소모해도 대중과 평론가들의 마음을 못 얻는 영화가 수두룩한데 예산 천만원으로 이런 수작을 만들어내다니 감독과 배우들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4


군대 시절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남자들에겐 모두 지우고 싶은 젊은 시절의 아픔일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군필자들은 그 찰나를 향유하기 위해 무의식 속에 끊임없이 미화시킨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훈련이 어땠다, 군생활이 어땠다.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그렇게 미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 당시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끝이 나면 허기가 지고 술이 고파진다.  




평점 8.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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