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맞는 타공기와 용지를 고르고 나면 바인더의 활용도는 급격히 올라갑니다. 특히 타공기 생긴 이후에는 모든 자료를 바인더 사이즈에 맞게 '규격화'를 하고 싶어 난리죠. 용지는 시중에서 파는 흔한 제품을 써도 되지만 색상, 평량, 무게에 따라 취향에 맞게 고르고 나면 만족도는 올라가므로,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른 선택의 문제입니다. 2화에서는 속지에 구멍을 뚫어주는 타공기와 용지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구멍을 뚫어주는 타공기
타공기. 펀치라고 많이 부르기도 합니다. 종이에 구멍을 뚫어주는 녀석입니다. 바인더에 사용되는 타공기는 집게형과 슬라이드형으로 나뉩니다.
집게형 펀치
집게형 펀치는 소량 출력하시는 분에게 적합합니다. 제품은 GP-130N과 GP-20N으로 나뉩니다. 제품 이름에 '30'이 들어가면 30공(A4 사이즈), '20'이 들어가면 20공(A5 사이즈)을 뜻합니다. 가벼워서 휴대용으로 적합합니다.
아직 바인더를 사용하지 않은 분들은 타공기를 보고 도대체 이게 뭐지? 싶을 거예요. 그림으로만 보면 어떻게 타공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위 영상을 통해 종이가 어떤 방식으로 타공되는지 보세요. 영상에서는 GP-130N 타공기를 사용했습니다.
CARL GP-130N (A4, A5, B5 사이즈)
A5(20공)뿐만 아니라 B5(26공), A4(30공) 사이즈도 타공이 가능합니다. A4 사이즈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다른 사이즈는 약간의 오차가 발생합니다. 다양한 사이즈를 사용하시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A5 사이즈를 펀칭할 경우 20공이 아닌 22공으로 타공 됩니다. A5 바인더에 타공된 속지를 철하면 위아래로 구멍이 하나씩 남습니다. 이게 호불호가 갈립니다. 신경 안 쓰는 분들도 있고 거슬려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신경 안 썼다가 어느 순간 거슬리더라고요.
CARL GP-20N (A5, B6 사이즈)
B6(18공) 사이즈도 지원이 되지만 거의 A5(20공) 전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A5 사이즈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종이를 따로 맞출 필요 없이 그냥 넣고 펀칭하시면 됩니다. 저는 대부분 A5 사이즈로 사용하기 때문에 GP-20N을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GP-130N은 A5 사이즈를 타공할 때 눈금에 맞춰야하지만 GP-20N은 그냥 타공하면 됩니다. A5 바인더만 쓰실 거면 추천하는 타공기입니다.
슬라이드형 펀치
타공기의 끝판왕이죠. 집게형 펀치 GP-130N과 사이즈는 동일합니다. 집게형은 종이를 물리고 펀칭기로 3~4번 펀칭해야 하는 반면 슬라이드형은 종이를 넣고 저 파란색 손잡이를 쭉 밀면 됩니다. 사진만 봐도 무게감 있죠? 무려 1.3kg입니다. 만져보면 묵직해요. 벽돌 같아서 휴대용으로는 힘들고 사무실이나 학원, 작업실 등에 두고 사용하기 좋습니다. 대량 출력하시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CARL SP-30N (A4, A5, B5 사이즈)
이 제품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구매 대행을 통해서 일본에서 구입했었습니다. 그때는 7만 원~10만 원 정도 했는데 지금은 가격이 많이 내려 5~6만 정도면 구입이 가능합니다. 중고로 구입하시는 것도 추천해요. 타오바오 같은 중국 쇼핑몰에서도 카피 제품을 값싸게 판매하고 있지만 타공기만큼은 일본 CARL사 제품을 추천합니다.
어떤 용지를 써야 할까?
색상
용지를 선택할 때는 색상, 평량, 무게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바인더 속지에 사용되는 용지 색상은 '백색'과 '미색'이 주로 사용됩니다. 백색은 흔히 쓰는 인쇄용지 색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컬러 인쇄할 때 주로 사용하고 눈부심이 있어 눈이 쉽게 피로합니다. 미색은 백색보다 약간 누런 색상입니다. 눈이 덜 피곤하고 가독성이 좋습니다. 백색 용지만 사용했을 때는 눈부심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데, 미색과 비교해보면 무척 밝은 편입니다.
※ 백색은 프린트한 인쇄물(특히 컬러)에 적합하고 미색은 자주 접하고 필기하는 목적에 적합합니다.
평량(무게)
평량은 가로 세로가 1m×1m인 종이 한 장의 무게를 뜻합니다.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종이는 대부분 평량 80g 용지입니다. 더블에이(Double A)나 한국제지의 밀크(Milk) 인쇄용지가 대표적이죠. 바인더 속지의 평량은 80g은 돼야 비침 현상이 덜하고 두께감이 있어서 오래 쓰기 좋습니다.
위클리 속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 3P바인더는 라이언 코트지(연한 미색) 80g 제품을 사용합니다. 미색이라 눈이 덜 피곤하지만 단일 두께(80g)로만 판매되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플랜커스 위클리는 백색 모조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플랜커스는 고객이 주문 후 제작해서 배송하기 때문에 구매자가 두께(80g/100g/120g)를 고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A4 사이즈의 백색, 미색 용지는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지만 A5 사이즈는 흔치 않아서 오프라인보다 인터넷에서 구입이 수월합니다. 속지를 자체 제작하실 경우 양면 인쇄(소책자) 지원을 하는 프린터가 있다면 A4 용지를 구입해서 재단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그렇지 않다면 A5 용지를 추천합니다.
A4 용지를 반으로 자르면 A5 사이즈가 됩니다. A4로 출력하신다면 종이를 절반으로 잘라주는 재단기가 필요한데요. 무겁고 비싼 재단기로 시작하는 것보다 3천 원짜리 다이소 휴대용 재단기가 좋습니다. 인터넷이나 다이소 매장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필자가 쓰고 있는 제품
- 타공기 : SP-30N, GP-20N(휴대용)
- 속지 : 미색지 80g(A5), 백색 모조지 100g(A4/A5), 고쿠요 캠퍼스 노트(메모용)
- 재단기 : 작두형 재단기, 다이소 휴대용 재단기
타공기는 원래 세 가지 종류 다 갖고 있었지만 GP-130N은 퇴사할 때 (저 때문에 다들 바인더 쓰기 시작해서) 회사 동료들에게 기부하고 왔습니다. 어차피 나머지 두 타공기(SP-30N, GP-20N)가 GP-130N 기능을 대신하기도 하고요. SP-30N은 일본에서 직구한 이후로 집에서 아주 가끔 사용하고, GP-20N을 많이 사용합니다. 바스락 모임에 들고 가야 할 때도 가벼워서 부담이 없습니다.
속지는 오픈마켓에서 미색 80g A5 1박스, 마일스톤에서 백색 100g A5 1박스를 구입했습니다. A5 1박스는 5000매(A4 1박스는 2500매) 정도 됩니다. 마일스톤에서 주문할 때 절반은 A5(2500매), 절반은 A4(1250매)로 요청했습니다. 미색은 위클리 용도로 많이 출력하고, 백색은 모임에서 필요한 속지를 출력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메모 용도의 속지는 원래 양식을 만들어 출력해서 쓰다가 일본 여행 중 고쿠요 캠퍼스 노트를 만져보고 이걸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촉감이 되게 부드럽고 메모할 맛이 납니다. 일본 여행 가실 분은 꼭 쟁겨오세요.
재단기는 작두형과 휴대용 둘 다 있습니다만, 거의 다이소 재단기만 쓰고 있습니다. 3천 원짜리라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처음에 재단해보고 성능에 감탄했습니다. 고장 나면 근처 다이소에서 다시 구입하면 되니 부담도 없고요.
보통 A4, A5 사이즈를 많이 사용하지만 B5, B6 사이즈도 인기가 많습니다. 바인더를 구입하실 때는 A 시리즈와 B 시리즈의 표준 사이즈를 참고하세요. 3화에서는 매일 들고 다니는 메인 바인더에 어떤 콘텐츠의 속지들이 들어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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