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는 크게 제본형과 바인더형으로 나뉩니다. 제본형 다이어리는 몰스킨이 대표적입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도 몰스킨과 협업을 통해 나오고 있죠. 바인더형 다이어리는 프랭클린 플래너(6공), 3P바인더(20공), 마일스톤(6공, 20공)이 가장 유명합니다.
시선을 끌만한 다이어리는 제본형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사이즈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고요. 핫트랙스와 같은 문구점만 가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바인더형은 규격이 대부분 정해져 있고 오프라인에서 쉽게 만나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업무용'이라는 인식도 강하죠. 주변에 '바인더'를 쓴다고 얘기하면 사람들은 회사에서 서류를 보관하는 큰 바인더부터 떠올립니다. 그래서일까요. 제가 바인더 모임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지금은 오히려 '독서', '다이어리', '자기 계발' 모임이라고 소개하는 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본형 다이어리와 바인더형 다이어리로 얘기해볼게요.
(1) 제본형 다이어리
흔히 말하는 다이어리는 제본형을 지칭합니다. 커버와 속지가 같이 제본되어 있죠. 쉽게 말해서 책 같은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불렛 저널도 제본 노트에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제본형) 다이어리는 속지를 모두 쓰거나 해가 지나면 새 제품을 구입해야 합니다.
불렛 저널 창시자 라이더 캐롤은 책 <불렛 저널>에서 기록의 이동(migration)을 강조합니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불렛저널은 한 권의 노트에 모든 내용을 작성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제본된 종이를 찢어서 옮길 수 없으니 기록의 이동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손쉽게 기록을 이동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시스템을 이해해야만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불렛 저널은 구성의 제약을 받지 않는 그리드 노트(모눈종이)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그림이나 표를 그려서 기록의 편의성을 더합니다. 그래서 불렛 저널은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록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금손(?)이어야 합니다.
물론 라이더 캐롤은 책 <불렛 저널>에서 그림보다 기록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막상 책 <불렛 저널>의 뒷부분에서 사용자들이 어떻게 불렛 저널을 쓰는지 소개하는 페이지나 인스타그램에서 불렛 저널 유저들이 올리는 게시물을 보면 그의 말에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불렛 저널 쓰는 사람들은 다 금손인데 나만 아닌 느낌..)
제본형 다이어리는 용도별로 따로 쓰느냐. 한 노트에 다 작성하느냐. 항상 이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스케줄이나 간단한 메모 정도만 작성한다면 문제 될 일 없겠지만, 그 이상을 원한다면 색인이나 분류법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때부터 귀차니즘도 함께 찾아오죠.
(2) 프랭클린 플래너 (바인더형 다이어리)
바인더형 다이어리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프랭클린 플래너입니다.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가 벤자민 프랭클린의 습관을 기본으로 디자인한 플래너입니다. 프랭클린 플래너에서 판매하는 6가지 제품군에서 가장 큰 사이즈인 Monarch는 국내에 출시되어 있지 않으며 TW(트윈링)를 제외하면 모두 바인더형 다이어리입니다.
- Monarch, 216×280mm
- CL(클래식, Classic), 150×216mm
- CO(콤팩트, Compact), 108×172mm
- CEO, 86×172mm
- PO(포켓, Pocket), 88×161mm
- TW(트윈링, Twin-ring) 제본 타입
현재 쓰고 있는 20공 바인더 이전에 프랭클린 플래너를 썼습니다. 일단 가장 유명해서 바인더나 속지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이유가 컸습니다. 하지만 몇 년간 쓰다 보니 해가 바뀌거나, 속지를 다 쓸 때마다 구입해야 하는 리필 속지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속지 콘텐츠도 저랑 맞지 않아 계속 사용할지 고민했습니다. 속지를 직접 만들어보고자 프랭클린 플래너 사용자 카페에도 찾아가서 제작법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번거롭게 작업하시더라고요. 표준 규격이 아니라 인쇄 후 재가공해야 하는 과정을 보고 그만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3) 20공 바인더
20공 바인더는 A5 사이즈입니다. A4 용지를 반으로 접으면 나오는 사이즈죠. 현재 8년째 이 사이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인더는 구멍 수에 따라 3공, 6공, 20공 등으로 나뉩니다. 구멍이 적을수록 시중에서 구하기도 쉽지만 찢어질 경우 속지를 온전하게 쓰기가 힘듭니다. '찢어질 일이 있겠어?'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저처럼 아무렇게나 보관하고, 막 쓰는 사람들은 자주 찢어집니다. 그래서 튼튼한 20공을 선호합니다. 일본에서는 A5 사이즈 제품이 다양해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국내는 아직 한참 성장 중입니다. 그래도 제가 처음 쓸 때에 비해 지금은 구하기 수월하니 입문하시는 분들에게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이제 20공 바인더의 장단점을 하나씩 알아보죠.
장점
- 속지 제작이 가능하다.
- 편집이 자유롭다.
- 확장이 용이하다.
- 표준 규격이라 어디서나 출력할 수 있다.
- 속지를 다 쓰거나, 해가 지나도 내지만 바꾸면 된다.
먼저 바인더는 메인 바인더와 서브 바인더로 분류합니다. 항상 휴대하고 있어 비서처럼 곁에 두는 바인더를 메인 바인더이라 부릅니다. 메인 바인더에는 필요한 자료만 철해서 가지고 다닙니다. 서브 바인더는 매일 들고 다닐 필요는 없고, 목적에 맞게 보관하는 용도로 집이나 회사 등에 두고 다닙니다. 20공 바인더는 표준 규격이다 보니 같은 바인더형 다이어리인 프랭클린 플래너보다 쉽게 제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확장도 용이합니다. 불렛 저널은 기록을 이동(migration)하지만 바인더는 기록된 종이를 통째로 옮기면 됩니다 해가 바뀌거나 속지를 다 써도 상관없습니다. 속지만 빼서 새로운 종이를 넣으면 되니깐요.
과거에 사용한 속지는 버리거나 서브 바인더로 이동합니다. 위클리를 예로 들어볼까요. 매일 들고 다니는 메인 바인더에는 18년 12월부터 19년 2월까지 총 3개월치 위클리 속지가 있습니다. 그럼 18년 11월 이전의 속지는 어딨을까요? 집에 있는 서브 바인더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19년 2월이 되면 18년 12월 속지도 집에 있는 서브 바인더로 이동(migration)되고, 19년 3월 속지가 다시 메인 바인더를 차지하겠죠. 시간이 흘러도 계속 업데이트를 통해 현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 때는 공부 자료를 A4 용지에 출력해서 스테이플러(stapler)로 고정해서 들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오래 들고 다니면 훼손의 우려가 있고, 나중에 어디에 보관했는지 몰라서 찾는데 애를 먹거나 잃어버리는 것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바인더를 알고 나서는 인쇄할 때 모아 찍기를 활용해서 자료를 A5 사이즈로 축소시켜서 인쇄하고 그 날 필요한 자료들은 메인 바인더에, 그렇지 않은 자료들은 서브 바인더에 보관하는 식으로 활용하니 자료관리가 한층 수월했습니다.
단점
- 일반 수첩이나 다이어리에 비해 부피가 크고 무겁다
-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
- 시스템의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20공 바인더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A4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다이어리 치고 부피가 크고 자료가 많아지면 무겁습니다.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타공기, 용지, 문구류 등을 구입해야 하고요. 저처럼 오래 쓴다면 본전을 뽑고도 남겠지만 초기에는 비용이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단점은 보완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찾아와 괴롭힙니다. 그래서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릴게요. 무게의 단점은 바인더 커버를 바꾸면 보완할 수 있습니다. 재질과 링 두께를 바꾸면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바인더의 재질은 크게 가죽 바인더와 PP 바인더로 나뉩니다. 여기서 PP는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의 줄임말입니다. 어려운 말 같지만 흔히 쓰는 플라스틱 재질을 뜻합니다. 즉 PP 바인더는 플라스틱 바인더입니다. 3P바인더의 '서브 바인더', 마일스톤의 '레스토 바인더', 무인양품의 'A5 바인더' 등이 대표적이죠. 이 바인더들은 링 두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100~120장 내외로 보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메인 바인더와 링 재질과 두께가 동일하기 때문에 이 방법만으로 무게를 줄이기 쉽지 않습니다.
일본 도큐핸즈나 로프트에 가면 구입할 수 있는 A5 사이즈의 바인더입니다. 국내에서도 해외직구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맨 왼쪽에 있는 마루망의 KURUFIT 바인더는 플라스틱 링 두께는 9mm에 불과합니다. (금속 링은 보통 25mm) 약 60매 정도 보관이 가능합니다. 위에서 소개드린 PP바인더의 절반에 불과하죠. 많은 자료를 넣을 수 없지만 무게는 확연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바인더를 몇 년 이상 쓰신 분들은 이런 바인더를 활용해서 가볍게 들고 다닙니다. 어차피 쓰는 속지는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가끔 쓴다는 걸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20공 바인더를 쓰는 이유
- 취향, 무게, 두께에 따라 바인더를 다르게 들고 다닐 수 있다.
- 금손이 아니어도 컴퓨터의 힘을 빌려서 양식을 쉽게 제작할 수 있다.
- 휴대용 바인더와 보관용 바인더 사이에서 자료를 쉽게 이동(migration)할 수 있다.
- 모든 바인더가 규격이 동일해서 책장에 보관하기가 용이하다.
- 바인더는 반영구적이라 오랜 시간 쓸 수 있다. (취향만 바뀌지 않으면)
제본 노트에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다면 뒷장에 낙서를 이어갈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일기'라는 주제로 썼으니 앞으로도 그래야 합니다. 그리고 올해 쓰고 있는 다이어리가 내년에도 동일한 제품으로 팔고 있을지 장담하지 못합니다. 막상 팔고 있더라도 내년에는 다른 다이어리를 쓰고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규격으로 출시됩니다. 매년 규격이 다른 다이어리는 보관이 어렵습니다.
다음 2화에서는 '바인더를 쓰기 위한 준비물'인 타공기와 용지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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