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8년째 바인더를 쓰고 있습니다. 바인더를 처음 쓴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프랭클린 플래너 아니면 시중에 판매하는 흔한 다이어리를 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에 바인더 쓰는 사람들이 제법 늘었습니다.
누구나 본인의 삶을 기록하고 싶지만 여전히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일단 기록은 귀찮습니다. 막상 귀차니즘을 넘더라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지금 기록하는 것이 맞는지 제대로 감이 서지 않습니다. 여전히 바인더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짬밥(?)이 있기 때문에 이제 바인더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바인더 지침서 같은 이번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14년 네이버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동하면서 블로그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에서 주로 바인더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기록하는 사람' 카테고리에 바인더를 쓰면서 제작한 속지, 사용법&활용법, 바인더 히스토리 등을 남겼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 반응이 없더라고요. 그럴 만도 했던 것이 티스토리는 독자에게 불편한 플랫폼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로그인만 되어 있으면 아무 블로그에나 가서 댓글을 남기고 답글이 달리면 알람이 옵니다. 하지만 초대장으로 운영되는 티스토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정이 없다 보니 비회원 자격으로 댓글을 달 때, 이름과 비밀번호를 남겨야 했고 작성자가 답글을 달아도 다시 확인하기가 번거로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눈팅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그것도 모르고 "아무도 블로그에 안 오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그 생각이 제게 기회였습니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글을 쓸 때마다 맞춤법은 틀리지 않았는지, 정보가 맞는지, 문장이 이상하지 않은지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했을 거예요. 덕분에 블로그를 위키피디아처럼 '바인더 백과사전'으로 활용했습니다.
위키피디아처럼 블로그에 시나브로 자료가 쌓이니 점차 반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무릅쓰고 댓글을 달았고, 덩달아 저도 글 쓸 맛이 났습니다. 특히 글을 통해 삶이 변화했다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할 때부터 블로그는 급성장하면서 바인더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블로그로 매김 했습니다.
2015년과 2016년은 발행한 바인더 콘텐츠도 많았고, 메일을 통해 바인더 양식을 요청한 사람들도 수 백 명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말, 브런치를 시작하고 디지털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하고부터 바인더 콘텐츠는 이전과 다르게 확연히 줄었습니다. (물론 바인더는 그때나 지금이나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2019년 새해를 맞아 멈춰있던 바인더 콘텐츠를 리뉴얼하면서 이제 바인더를 통해 기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매거진을 연재해보고자 합니다. 바인더를 잘 사용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하드웨어는 바인더, 속지, 타공기, 프린터, 문구류 등이 될 것이고 소프트웨어는 활용법, 기록법입니다.
하드웨어는 책이나 블로그 또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자연스레 접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먼저 본인의 취향을 발견해야 합니다. 바인더의 무게, 속지의 두께, 타공기 종류(집게형/슬라이드형), 프린터(흑백/컬러, 단면/양면) 등 가장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취향을 발견하지 못하면 모든 제품에 기웃거리는 '저장강박증', '수집가'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료를 정리하면서 발생하는 관리 비용에 허덕입니다. 과거에 제가 그랬습니다.
저는 메인 바인더로 마일스톤 바인더와 고쿠요 바인더를 사용합니다. 함께 들고 다니는 것은 아니고요. 다른 짐이 많을 때는 가벼운 고쿠요 바인더를 들고 다니고, 그렇지 않을 때는 무게감 있는 가죽 바인더를 가방에 챙깁니다. 주간 계획 속지는 눈이 덜 피로한 미색지(80g)를 쓰고 있고, 타공기는 집게형과 슬라이드형 모두 갖고 있지만 주로 집게형을 사용합니다. 프린터는 컬러 레이저를 쓰고 있고, 여기에 양면 기능까지 지원이 되면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단면을 쓰고 있습니다. 펜은 제트스트림 0.38mm을 사용합니다.
하드웨어에서 적절히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았다면 소프트웨어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는 활용법이나 기록법입니다. 도구를 활용할 때 먼저 '관리비용'과 '탐색비용'을 따져봐야 합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활용하는 도구를 관리하는 비용이 높지 않은가? 축적된 자료들을 활용하고자 할 때 탐색 비용이 높지 않은가? 말이죠. 관리 비용이 높으면 어느 순간 도구를 관리하는 게 목적이 되고, 탐색 비용이 높으면 제때 원하는 자료를 찾지 못하니 기록하는 의미가 퇴색됩니다.
현재 제가 운영하고 있는 바스락 모임에서 모임 식구들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바인더를 쓰고 있습니다. 각자 선호하는 바인더 커버도 다르고, 주간 계획 속지도 다양합니다. 펜이나 문구류는 말할 것도 없고요. 모두가 '바인더를 쓴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자세히 살펴보면 각자 취향에 맞게 사용합니다. 어쩌면 그게 바인더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시리즈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기록법, 활용법)를 차례대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소개한 방식을 토대로 본인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소프트웨어에서는'관리비용'과 '탐색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바인더와 생산성 도구를 적절히 사용하는지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왜 바인더를 써야 하는지, 바인더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어떤 제품 등을 구입하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시리즈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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